지난 28일 저녁 경기도 의정부 광명교회(최남수 목사)에서 열린 ‘어퍼룸 감사음악회’. 무대에 오른 30여명의 초등학생이 축복송인 ‘이 시간 너의 맘 속에’를 부르고 있었다.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의 악기로 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공연을 선보였다.
어퍼룸은 광명교회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초등학교 방과 후 시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앙 교육하는 ‘365일 주일학교’다. ‘마가의 다락방’이라는 뜻으로 어린이 예배자를 세우기 위해 기획했다. 음악회는 어린이 예배자들이 한 해 동안 어퍼룸을 섬기며 고생한 성도들과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한 무대다.
교회가 잘하는 것으로 섬기자
어퍼룸은 2020년 어린이 예배를 살려 신앙의 세대 계승을 하자는 교회의 비전으로 시작했다. 교육 과정이 안정적 단계에 이르기까지 2~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날 광명교회에서 만난 최신후 동사목사는 “어린이 사역으로 흥하는 여러 교회를 탐방하고 세미나 등을 참석하면서 우리 교회 실정에 맞는 어린이 사역에 대해 고민했다”며 “아이들을 교육하기에 가장 좋은 평일 황금 시간대에 교회가 이들을 맡았을 때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 걱정도 많았다”고 밝혔다.
긴 고민 끝에 교회가 내린 결론은 ‘교회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 최 목사는 “우리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로 예배와 기도, 선교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예수님 제자로서의 삶을 알려주며 다음세대가 예배자, 선교사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영·수 선행보다 신앙 교육 우선
교회는 3년간 교인과 지역 학부모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신앙 교육을 우선한 어퍼룸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세상적 관점에서 볼 때 아이들이 국어 영어 수학 선행 학습을 하는 것이 신앙 교육을 받는 것보다 유익해 보일 수 있다”며 “그런데도 성경적 가치로 세상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용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런 결정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어퍼룸을 담당하는 성도와 교사에게 프로그램의 교육 과정과 계획을 전적으로 맡기는가 하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를 주는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갔다.
그리스도 제자로 쓰임 받기 위한 교육
대한민국 교육부 ‘늘봄학교’에서 착안한 어퍼룸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예배하는 어린이’를 만들겠다는 설립 기치에 따라 어린이들은 매일 예배를 드리고 기도 훈련을 하며 기독교 세계관 교육 등을 받는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하교하는 오후 1시40분 이후부터 저녁 식사 후 집으로 가기 전까지 아이들은 독서 활동, 성경 암송, 어린이 예배 등의 일정으로 움직인다.
어퍼룸 담당 정창미(50) 권사는 어퍼룸 제자훈련인 ‘UDT(어퍼룸 디사이플십 트레이닝)’를 소개했다. 정 권사는 “다음세대는 UDT를 통해 예수님의 제자로서 쓰임 받기 위한 인성 교육을 배운다”며 “특히 ‘어린이 기도선교사’ ‘레위 지파’ 등 다섯 단계는 아이들이 적극적인 예배자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말씀 안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고 자신의 달란트에 따라 재능을 키우는 과정을 훈련한다”고 전했다.
이웃에게 사랑 나누는 교육의 장
대가 없이 받은 사랑을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프로젝트도 마련했다. 어퍼룸은 매년 ‘선한 이웃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올해는 어퍼룸 감사음악회와 필리핀 선교 후원금 모금을 동시에 진행했다. 음악회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필리핀 어린이를 위한 악기(리코더 오카리나 칼림바) 구매 비용에 사용될 예정이다.
어퍼룸 어린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시기에 경찰서 소방서 경비실 등을 방문해 마스크를 전달했으며 지난 2년간 연탄 봉사에도 동참했다. 매주 월요일 교회 인근 하천인 중랑천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고 복음 전도도 진행한다.
음악회에 참석한 어퍼룸 1기 졸업생 하요엘(13)군은 매년 선한 이웃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하군은 “어퍼룸을 다닐 때 기도와 예배를 통해 신앙이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며 “이곳에서 배운 훈련과 봉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 돕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제자훈련과 선한 사마리아 프로젝트가 직접적 인성 교육에 해당한다면, 전 학년이 함께 배우는 교육은 간접 인성교육에 해당한다. 정 권사는 “과거 형제자매가 많았을 때 자연스럽게 배운 배려와 양보 등의 가치를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배우기 어려워졌다”며 “어퍼룸에서는 전 학년이 어울려 교육을 받으면서 공동체와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운다”고 전했다.
어퍼룸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자훈련을 고민하는 것은 학교와 학원이 제공할 수 없는 풍부한 경험을 남겨주기 위해서다. 최 목사는 “방학마다 아이들이 단기선교에 참여하도록 한다”며 “아이들이 교실에서만 접했던 선교지 이야기를 해외 선교지에서 직접 보고 들으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