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조류 충돌로 여객기 엔진에 결함이 생기고, 랜딩기어(바퀴)가 미작동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조종사가 동체 착륙을 시도했지만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10초 만에 활주로 외벽에 부딪히는 충돌로 큰 폭발이 발생하며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향후 랜딩기어가 제대로 펴지지 않은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하려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복행(Go Around)한 뒤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는 펴지지 않았다. 여객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항 끝 구조물과 부딪히면서 동체가 파손돼 폭발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 뒷바퀴가 확실히 나오지 않았고 기체가 앞으로 들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랜딩기어가 고장 난 원인의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지목된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 미작동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기장 A씨는 “새와 충돌해 기체 엔진이 하나 꺼지더라도 랜딩기어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며 “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 시도가 이뤄진 건지에 대해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랜딩기어가 엔진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사 항공기 조종실에는 자동으로 바퀴를 내려주는 랜딩기어 레버가 고장 날 경우 사용 가능한 수동 랜딩기어 레버가 있다. 다만 사고 여객기의 경우 이러한 수동 방식도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조종사는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사고 여객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선 국토부의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랜딩기어 작동과 관련해 원인을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이 상호 연동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버드 스트라이크 이전에 이상 징후가 있었는지, 착륙지점 등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랜딩기어는 오일을 압축하며 발생하는 힘으로 작동하는데, 작동유가 새거나 시스템에 신호가 가지 않는 등의 이유로 작동이 안 될 수 있다”며 “신호가 제대로 갔는지, 압력이 충분했는지, 펌프 작동이 있었는지 블랙박스 기록을 살펴보고 비행기 점검 내역 등을 추가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항공기는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약 10초간 활주로와 접촉한 채 직진하다 폭발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승객들이 미처 탈출할 시간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윤식 경운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기는 가볍게 날기 위해 구조적으로 자동차보다도 충격에 약하다”며 “내부 산소통과 연료가 폭발하고 동체가 찢기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김승연 기자, 무안=김용현 기자, 세종=김혜지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