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유가족 대기실. 사망자 5명의 신원이 발표되자 A씨는 가족들의 품에 안겨 “이제 우리 애기들 없이 어떻게 사느냐. 여행 가지 말라고 할걸” 하면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다른 유가족 B씨는 “제발 기체에 들어가서 시신 좀 보게 해달라. 엄마는 아들 얼굴 보면 다 안다”며 “사고가 난 지 4시간이 지났는데 신원 확인이 안 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날 공항은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 500여명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소방 당국이 사상자 신원을 발표할 때마다 유가족은 가슴을 쳤다. 이들은 신원 확인이 지연되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고 피해자들은 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났던 가족, 친구 단위 여행객이었다. 세 자매 중 맏이인 오모(45)씨는 여객기에 탑승한 막내동생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씨는 울먹이면서 “아침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는데, 내 동생이 사고 여객기에 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부모님이 가장 예뻐했던 막내딸이고, 내 모든걸 줘도 아깝지 않은 내 동생이 너무나 그립다”고 했다.
회갑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큰아주버니를 기다리던 50대 김모씨도 가족들과 한발짝 떨어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김씨는 “아주버니는 집안의 기둥이었다. 최근에 다같이 김장하면서 ‘내년에도 또 하자’며 웃어보였는데…”라며 “워낙 고생을 해서 이제 여행 좀 다니시나 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큰아주버니는 가족들에게 여행 중간중간 사진도 보내실 만큼 살가우신 분이라 조카들도 다들 오열하고 있다. 빨리 신원 확인이 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직원과 함께 태국 여행을 떠난 남동생을 기다리던 김모(33)씨는 “어젯밤만 해도 ‘태국에서 잘 놀고 있다’고 연락이 왔는데 그게 마지막”이라며 “어머니, 이모와 함께 공항에 왔는데 경황이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무안=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