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보잉 737’ 항공기는 예전부터 기체결함에 따른 사고가 잦은 편이었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문제가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기체결함이나 정비 소홀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해당 항공기의 과거 사고 이력을 묻는 질문에 “없었다. 이 항공기에 이상 징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잉 737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에 자주 등장한 기종이다. 737오리지널, 737클래식, 차세대737(737NG), 737맥스로 나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737NG의 한 모델인 ‘737-800’이다.
보잉 737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1만대를 넘는다. 항공업계에선 이 항공기의 안전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많이 팔린 만큼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냈다. 2018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소속 737맥스가 추락해 탑승객 189명이 전원 숨졌다. 5개월 뒤인 2019년 3월에는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737맥스가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이륙 6분 만에 추락해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후 미 연방항공청(FAA) 등 대부분 국가의 항공 당국은 737맥스 여객기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도 기체결함이나 정비 소홀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FAA 조사관 출신인 데이비드 소우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추측은 조사관들에게 최악의 적”이라고 경고하면서 아직 원인을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했다. 미 항공우주 컨설팅회사 리햄의 스콧 해밀턴 대표도 “지금으로서는 이 사고의 원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현재 단계에서 선언적 발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전징후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27일 사고 항공기에서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했었다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편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정비상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잉은 이날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사고 희생자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제주항공 측과 연락 중이라고 밝혔다. CNN은 보잉과 미 항공조사당국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조만간 한국에 전문가를 파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