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성별조차 확인 어려워… 기체 꼬리만 남고 산산조각

입력 2024-12-29 19:06 수정 2024-12-29 23:58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가 추락한 29일 잔해가 공항 활주로 끝 편에 남아 있다. 무안=최현규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늦은 밤까지 진행된 수색 작업 끝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시신이 모두 수습됐다. 충돌 당시 큰 폭발과 화재로 기체가 전소되면서 시신들이 크게 훼손된 탓에 신원 확인은 난항을 겪었다. 이날 오후 사고 현장에선 여객기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난 채 잔해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9시10분쯤 희생자 시신을 모두 수습했다. 정부는 야간에도 소방과 경찰인력 약 1500여명을 투입하고, 구역을 3개로 나눠 수색작업을 벌였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 9시14분쯤부터 수색을 시작했는데, 약 12시간만에 작업이 종료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 수습과 별개로 신원 확인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기체가 형태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부숴지고, 불에 타면서 시신의 성별 확인도 쉽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성별이 확인된 사망자는 남성과 여성 각각 84명과 85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최종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88명으로, 전체 희생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사고 현장 근처에 임시로 안치된 사망자는 신원이 확인되면 무안공항에 마련된 시설로 옮겨졌다.

미성년자의 경우 지문 대조가 불가해 가족들의 DNA 채취가 필요하다. 당국은 이날 무안공항에 머무는 유가족들을 상대로 DNA 채취 작업도 시작했다. 신원 확인 절차는 이르면 30일 완료될 전망이다. 시신 검안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안팀이 일괄 진행한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 사고 현장에 있던 기체는 머리와 몸통 부분은 보이지 않았고, 꼬리 부분만 검게 그을린 상태로 간신히 형태를 유지한 채 하늘 방향으로 솟아 있었다. 기체와 충돌한 활주로 외벽 콘크리트는 큰 구멍이 생긴 상태로 내려앉아 있었다. 사고가 난 지 5시간가량이 지났지만 기체에서 흘러나온 기름 냄새와 탄내는 여전했다.

기내에 있어야 할 항공사 책자와 산소마스크, 구명조끼 등은 사고 현장에 튀어나와 있었다. 사고 지점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기체에서 떨어져나온 좌석 여러 개와 희생자의 수화물이 나뒹굴며 충돌 당시 충격을 짐작게 했다.

소방 당국은 오후 3시30분부터 크레인을 동원, 기체 후미 부분을 들어올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남은 실종자들이 기체 밖으로 튕겨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크레인으로 기체 잔해를 들어올려 아래에 깔린 희생자를 수색했지만 결국 생존자는 없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공터에는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한 시민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허탈해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끔찍하고 예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희생자 중에 아기도 있다는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목포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최모씨는 뉴스를 보고 바로 현장에 달려왔다고 했다. 최씨는 “실제로 사고 현장에 와보니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대체 그 커다란 비행기 머리와 몸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며 “안 그래도 연말에 나라가 시끌시끌한데 이런 믿을 수 없는 사고까지 벌어지니 너무나 우울하다”고 말했다.

무안=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