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난 여행길… 무안 제주항공 대참사

입력 2024-12-29 18:54 수정 2024-12-29 23:51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전소돼 꼬리 칸을 제외하고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탑승자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무안=최현규 기자

휴일인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타고 있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체는 활주로 주변 시설물인 외벽에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가운데 한국인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인 것으로 잠정 분류됐다.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3세 남아, 최연장자는 올해 78세인 1946년생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9시7분 현재 사망자 179명, 구조자 2명으로 집계했다. 구조자 2명은 모두 승무원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큰 충돌과 화재로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전남소방본부는 “담장과 충돌한 이후 기체 밖으로 승객들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임시 영안소가 설치됐다.

소방 당국은 여객기가 조류 충돌에 이어 랜딩기어 문제로 동체 착륙 중 공항 외벽을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객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국토교통부는 인명 피해 규모가 커진 데 대해 “동체 착륙을 한 뒤 화재가 났고, 그 뒤에 소방 당국이 바로 출동했다”며 “어떤 원인으로 피해 규모가 커졌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2년 중국국제항공 여객기가 당시 김해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해 166명 중 129명이 사망했다. 앞서 1997년에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 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언덕에 충돌하면서 229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무안=김영균 김용권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