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폭발 사고로 탑승자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고 불과 6분 뒤 지상에서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객기는 착륙 전 이미 불길에 휩싸인 뒤 랜딩기어 없이 두 차례 시도 끝에 착륙하다 울타리 외벽과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이 여객기는 오전 8시30분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은 8시54분쯤 이 여객기의 착륙을 허가했다. 그러나 8시57분쯤 공항 상공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다. 여객기 기장이 기체에 이상을 포착하고 2분 뒤인 8시59분쯤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여객기는 오전 9시쯤에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어 3분 후인 9시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현재 비행기록장치는 사고조사위원회가 수거했다”며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사고 여객기는 이날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착륙이 불가능해 복행(Go Around)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사고 현장을 담은 제보 영상들을 보면 여객기는 공항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그대로 닿은 채 약 10초간 직진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여객기 날개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펑펑 치솟더니 결국 사고가 났다”고 입을 모았다. 무안군 망운면에 사는 60대 A씨는 “마당에서 자동차를 살피던 중 뒤편에서 ‘펑, 펑’ 소리가 났다”며 “비행기 오른쪽 엔진에서 불꽃이 일었다. 활주로를 따라 고도를 낮춰 쭉 내려가더니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이륙하더라. 무안공항에 못 내리고 광주공항에 비상착륙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바로 옥상에 올라가 상황을 살핀 A씨에 따르면 광주로 갈 줄 알았던 여객기는 다시 8자로 회항해 착륙을 시도했다. A씨의 아들은 “처음 착륙을 시도할 때 ‘저 높이에서는 착륙을 못할 텐데’ 생각했다. 다시 이륙해 8자로 회항해 다시 착륙을 시도하더라”면서 “두 번째 착륙 시도에서 활주로에 잘 내려오나 싶더니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활주로를 질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주로를 달리는 여객기 앞쪽이 다시 들려 있었다. 다시 이륙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이후 ‘쾅’ 하고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아직도 아찔하다”고 회상했다.
여객기 화재는 40여분 만인 9시46분쯤 진화됐으나 기체는 꼬리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모두 타고 그을린 꼬리 부분만 남았다.
무안=김용권 김영균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