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2% 넘게 반등하지 못하면 월간 코스피 수익률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2000년 이후 코스피 월간 수익률이 반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2000년 7~12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6~11월) 두 번에 불과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월 2일 대비 지난 27일까지 9.93%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8월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에 힘입어 7월 11일(2897.35) 연고점을 찍으며 2900선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8월 들어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전환하며 약 5개월간 한국 주식을 22조389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1~7월 사들인 주식 규모(24조8677억원)를 감안할 때 연간 순매도 전환 직전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30일 코스피가 12월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종가(2454.48) 아래에서 장을 마치면 반년 동안 월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 해를 마감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월간 기준 6개월 연속 하락은 2000년 12월 IT 버블 붕괴 때와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단 두 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중 최하위를 기록해왔다. 직전 2거래일 동안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만 소외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27일 1980년대 버블이 꺼지기 전 사상 최고치(4만281.16)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수출 둔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외 리스크가 심화하고, 여기에 국내 정치 혼란까지 겹친 결과라고 분석한다. 올해 코스피 최저치는 국회에서 1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9일 기록한 2360.58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일 흘러내리는 한국 증시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증폭된 게 원인인 것 같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정치권의 교착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환율 급등과 증시 하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율도 증시의 주요 변수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집권 2기 무역분쟁 심화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취임 직전 원·달러 환율 시작점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