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거부로 미뤄지면서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6인 체제’가 이어질 경우 헌재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헌법 전문가들은 6인 체제로 심리를 넘어 최종 결정까지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법연구관 출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6인 체제 결정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정치적 부담이 매우 커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종석 헌재소장 등 재판관 3명의 퇴임 직전인 지난 10월 14일 ‘헌재 마비’를 막기 위해 ‘재판관 7인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재법 23조 1항 효력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시 정지시켰다. 문제는 해당 결정문에 6인 체제 결정까지 가능하다는 명시적 문구가 없다는 데 있다. 헌재법 23조 2항이 ‘위헌·탄핵 등 결정은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하는 만큼 법조계에선 6인 체제 전원일치 결정도 원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중대 사건에 대한 6인 체제 결정은 정당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의 임시방편적 결정을 다른 중대 사건의 종국 결정까지 가능하게 한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적 혼란 수습의 계기가 돼야 할 헌재 결정이 6인 체제로 이뤄지면 국민 간 대립을 더 심화시키고 진영 갈등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관들 합의도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은 재판관 6명은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달 계류 중인 여러 사건에 대해 ‘6인 체제’ 결정을 시도했지만 재판관 1명이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선 헌재가 여러 논란을 고려해 재판관 3명 임명 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6인 체제로 선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 내년 4월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4인 체제’로 기능이 마비된다. 대통령 할당 몫인 두 재판관은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후보자 3명의 임명권은 헌법 111조에 따라 국회가 선출한 3명에게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정도로 해석된다”며 “형식적 권한에 불과한 임명장 수여를 권한대행이 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 결국 임명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