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사고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소추, 내란 혐의 수사 등으로 촉발된 재난 컨트롤타워 공백 상황에서 발생했다. 경제 수장이 중앙안전대책본부장을 맡은 것도, 사고 수습 최일선에 있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동시에 공석인 것도 모두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치적 혼란은 사고 발생 이전부터 위기 요인이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최우선 국정 전략이 정치적 난맥상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29일 오전 9시57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범정부적 역량을 동원해 인력 구조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오전 9시4분 전남 무안공항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지 53분 만이었다. 최 권한대행으로부터 지시받은 이들 중 행안부와 경찰청의 수장은 기관장의 직무를 대신하는 차관과 차장이었다.
계엄 사태 여파로 국가적 재난에 대응해야 할 컨트롤타워 곳곳은 비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1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재난과 안전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는다”며 “모든 국가 위험과 사무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된 이날 중대본부장은 최 권한대행이었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수석비서관회의 역시 윤 대통령이 아닌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의 권한·책임을 강화해온 것에 비춰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15~2019년) 이후 모든 재난을 조정 지원할 중대본은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이 지휘하게 돼 있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총리가, 안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는 방안도 이때 마련됐다.
하지만 이 자리는 모두 비어 있고, 현재로선 충분한 경험의 수장이 없이 타 기관과의 협의 이후에야 의사결정이 가능한 환경이다. 사고 현장의 질서유지, 사망자 신원 확인 협조 등을 총괄하는 경찰청조차 수장이 구속돼 있는 실정이다. 향후 이번 사고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관리 책임의 범위부터가 불분명하다. AP통신은 “(무안공항 사고는) 한국이 윤 대통령의 기습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으로 촉발된 거대한 정치적 위기에 휘말린 가운데 발생했다. 국회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최 부총리가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며 사고 소식을 정치적 상황과 연결해 타전했다.
재난안전원장인 김동헌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는 해박한 지식, 정확한 판단, 예지 능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는 조금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관련된 부분에서는 국민 입장에서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