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무력화 후 별도 ‘비상 입법기구’ 창설 의도 있었다

입력 2024-12-30 00:00
사진=최현규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군 장성들도 줄줄이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향후 구체적인 체포 명단 및 비상 입법기구 창설 의혹,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내용 규명 등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다음 달 1일 구속기한 만료 전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계엄군 국회 투입을 지휘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조만간 기소될 전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첩받은 윤 대통령 사건을 결국 검찰에 넘겨야 하는 만큼 검찰은 남은 의혹 규명과 함께 사실관계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김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정황을 상세히 담았다.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에게 “(국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사실상 체포 지시의 정점으로 지목됐다. 검찰에 따르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김 전 장관은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방첩사 장교를 통해 현장 출동조에게 전달됐다. 방첩사 최모 소령은 출동조에게 “모든 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중 보시는 팀이 먼저 체포해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면 됩니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윤 대통령 측과 김 전 장관은 이 같은 체포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반박한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말이 안 되는 얘기를 일방적으로 나열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인적, 물적 증거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라며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검찰은 체포 대상 명단이 구체적으로 몇 명인지도 검증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체포 대상으로 10여명을 여 사령관에게 불러줬다고 밝혔다. 여 사령관은 14명 체포를 하급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은 여기에 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도 명단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이성윤 민주당 의원 이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 대상과 관련해 숫자와 대상자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압수했던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수첩엔 ‘수거 대상’ ‘사살’ 등의 표현이 적혀 있었는데, 계엄 사태와의 연관성을 따져볼 방침이다. 검찰은 계엄 세력에게 ‘국회 무력화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점을 확인됐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무엇이었는지도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