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 승계로 정쟁의 한복판에 서는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권한대행의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 3역에 따른 업무 과중과 함께 “경제 정책은 정치와 분리해 운영하겠다”던 경제팀의 대외 메시지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최 권한대행은 당장 29일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수습과 동시에 외교·국방 등 국정 전반을 총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일 아침 진행된 최고위급 경제·금융협의체인 ‘F4 회의’는 28일부터 멈췄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29일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안 좋은 상황인데 부총리마저 경제에 올인하기 어려워진 형국”이라며 “외부에선 한국의 정치 여건이 안정되기 전까지 경제 불안도 계속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28일까지 공식 일정 대신 부처별 업무 보고를 받으며 국정 운영 준비 작업을 이어왔다. 사상 초유의 ‘경제부총리 권한대행’ 체제 속에 관계부처 간 업무 협의 및 의사 결정 시스템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최 권한대행 체제 출범에 따른 정책 컨트롤타워 설정 및 운영 방향을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보류됐다.
향후 주요 경제 정책은 ‘최 권한대행의 대행체제’로 줄줄이 전환될 전망이다. 기재부 김범석 1차관과 김윤상 2차관을 중심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와 F4 회의 등 경제팀 운영이 이뤄질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맞춰 정책 불확실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대행체제 현실화로 경제팀이 최우선 순위로 매진한 ‘대외신인도 관리’가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앞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탄핵 정국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무디스는 “정치적 긴장과 경제활동 지장이 장기화할 경우 대외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직면하는 상황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늦어도 31일 국무회의까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정계선·마은혁·조한창) 후보자 임명과 쌍특검법(김건희·내란 특검법) 공포 여부를 놓고 정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와 쌍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 야당의 탄핵 압박에 휘말리게 된다. 탄핵 릴레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강 교수는 “정쟁 변수와 경제 정책의 분리는 이제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헌재 등 사법부 결정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정치와 경제 혼란이 함께 가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