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미군부깡패’라더니… 트럼프 취임 코앞 말 아낀 북한

입력 2024-12-29 18:2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을 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내년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연말 전원회의에서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 노선을 밝혔다. 다만 예년보다 미국 관련 언급이 줄었고 구체적인 방향도 공개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의도적인 ‘숨 고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지난 23~2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해 강력히 실시해 나갈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됐다”고 29일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이며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블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미국의 철저한 반공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미군부깡패’ ‘발악적인 핵전쟁위협소동’ 등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미 메시지를 최소화했다. 대남 메시지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통미봉남’ 기조 속에 트럼프 2기 출범 등 유동적인 정세를 고려한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정세, 내년도 8차 당대회 마무리를 앞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 정세는 관망하되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입장을 구체화·가시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한국 정치 상황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작동해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과의 추후 협상 가능성을 고려한 스탠스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어느 때보다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러시아에 대한 직접 언급이 없는 점도 주목된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고 그에 따라 북·러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 협상 조건을 그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대미 강경 전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요구를 들어달라고 나름대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경제 과업을 강조하며 내부 다잡기에 나섰다. 또 인사 단행을 통해 내각총리를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박태성(사진)으로 교체했고 기존 총리인 김덕훈은 경제부장으로 임명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내각 부총리에는 지난해 9월 방러 수행단에 포함됐던 김정관을 국방성 제1부상을 기용했다. 대(對)러시아 군수 지원과 이를 통해 받는 대가를 경제 발전에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