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새해를 맞게 된 4대 경제단체장들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29일 밝힌 신년사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기업가정신을 재점화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경제 외교를 강화하고, 기업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K-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민적 통합과 협력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가 중첩된 상황에서 모든 경제 주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기업은 경제 회복을 위해 투자와 혁신에 집중하고, 노동계는 책임 있는 자세로 사회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 확대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며 “법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기업 환경을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국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무역업계가 첨단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며 “회원사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옛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친환경 기술, 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저력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