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1위 제주항공 최악의 악재… 항공시장 재편 안갯속

입력 2024-12-30 01:21
에어부산 항공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에어부산은 국내 LCC 항공업계 재편의 키를 쥐고 있다. 에어부산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에 따른 자회사 재편에 합류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LCC 시장 현황이 달라질 수 있다. 에어부산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 산하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하나로 합쳐지는 ‘통합 LCC’ 탄생이 거론된다. 기존 LCC 간 추가 통합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다. 다만 최악의 악재를 만난 업계 1위 제주항공은 LCC 재편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을 마무리하면 산하 항공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통합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LCC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3사의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며 “구체적 일정과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수립,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3사가 합쳐진 통합 LCC가 출범하면 항공업계엔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3사의 항공기 대수를 합치면 58대로 현재 1위인 제주항공 41대보다 우위에 선다. 통합 매출도 지난해 3사 기준 2조4785억원으로 제주항공보다 약 7000억원 많다. ‘통합 LCC’가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통합 LCC 구축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이 100% 자회사인 것과 달리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41.89%, 부산시와 부산상공계가 16.07%를 보유 중이다. 부산지역에선 거점 항공사를 지키기 위해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578억원, 영업이익 1265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

항공업계에선 이스타항공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VIG가 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타이밍을 매각 적기라고 판단해 이스타항공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로 오른 대명소노그룹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두 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 두 기업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유럽과 미주 노선 노선을 거느린 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항공업계에선 ‘제2의 아시아나항공’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LCC 재편이 시작되면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제주항공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여파로 당분간 움직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피해자 보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보상금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LCC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어떤 항공사가 매물로 나오든 시장의 관심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