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문직 외국인 비자 정책을 놓고 벌어진 내분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인 일자리를 우선시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보다 해외 전문 인력의 비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머스크의 의견에 동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고숙련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H-1B’ 비자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그는 “내 부동산에 많은 ’H-1B’ 비자가 있다. 나는 H-1B의 신봉자”라며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비자를 좋아해 왔고, 언제나 찬성해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전문직 외국인 비자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이로 인해 MAGA 지지층으부터 반발을 사던 중에 나온 것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으로 트럼프의 지명을 받은 최측근들이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가 지난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촉발됐다. 크리슈난은 지난달 소셜미디어 엑스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적었는데, MAGA 세력은 이를 문제 삼았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크리슈난에 대해 “그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게 만들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는 미국 시민으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나눠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IT업계의 거물인 머스크가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27일 엑스에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적었다.
크리슈난과 같은 인도계 미국인인 라마스와미도 엑스에서 “최고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인보다 외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이유는 미국인의 타고난 지능지수(IQ) 부족 때문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AI·가상화폐 차르’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크리슈난을 옹호했다.
트럼프는 2020년 1기 재임 당시 H-1B 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이번에는 입장을 바꿨다. CNN은 “트럼프가 이번에도 머스크의 편을 들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가까워진 또 다른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