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항공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기체는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면서 반파됐고, 불길에 휩싸였다.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이 사고로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다고 소방 당국은 발표했다.
사고기에는 승무원 6명과 한국인 173명, 태국인 승객 2명 등 총 181명이 탄 것으로 확인됐다. 불의의 사고로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대부분 연말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관광을 떠났다 국내로 돌아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천벽력같은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연쇄 탄핵 소추 등으로 대한민국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로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고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이날 8시57분쯤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58분쯤 사고기 기장이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다. 이후 사고기는 오전 9시쯤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고 한다. 3분 후인 9시3분쯤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문은 블랙박스 분석과 잔해 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사고기가 이전에 사고 이력이 있던 미국 보잉사의 737-800 기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이 기종은 올해 미국에서 두 차례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보잉 본사 등과 합동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사고를 낸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파악과 함께 과거에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 무안공항에 대한 현황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사고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각각 장관과 청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사고 수습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는 유가족들의 흐느낌과 통곡, 절규에 귀기울여야 한다. 진상 규명도 중요하지만 먼저 실의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공동체가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