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마련한 ‘확장 억제’ 가이드라인에 미국의 핵 사용을 일본과 소통하는 규정이 명문화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동맹 조정 매커니즘’(ACM)을 통해 핵 사용과 관련한 의견을 미국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확장 억제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 27일 미국과의 확장 억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ACM은 2015년 미·일 방위 협력지침 개정 당시 유기적 안보 협력을 위해 설치됐다. 외교·방위 당국 국장급으로 구성된 ’동맹조정 그룹’, 미군과 자위대가 참여하는 ‘공동운용조정소’로 이뤄지며 필요할 경우 각료 등 고위급 협의도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 개발과 중국의 군비 증강에 따라 2010년부터 외무·방위 당국 실무자들이 핵 억지력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해왔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미국의 핵 사용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는 내용을 명시한 규정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북한·중국·러시아의 핵 무장 확대에 따른 불안감과 더불어 미국의 핵우산이 유사시 제대로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3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성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유사시에도 핵전쟁 확산을 우려해 동맹국 방위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걱정이 일본에 존재해왔다”며 미국과 일본의 핵 사용 소통에 대해 “핵우산 강화로 억지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최종적인 핵사용 판단은 미국에 달렸지만 핵 억지력 강화 메시지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확장 억제는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핵을 포함한 보복 대응 의사를 밝혀 추가 공격을 방지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일본 외에도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