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산업 쑥쑥… 제약·바이오는 10% 이상 담으세요

입력 2024-12-31 02:49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이 주민등록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고령화 관련 금융 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선 고령화 상품이 ‘바이오·헬스케어’라는 큰 틀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앞으론 뇌 질환과 안티에이징 등으로 분야가 세분화되고, 다른 분야에서도 관련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를 마주한 해외에선 ‘노인 주택’ ‘장례 인프라’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뇌 질환·유전자 치료로 세분화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 중 고령화 관련 상품은 바이오·헬스케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헬스케어’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헬스케어’, KB자산운용의 ‘RISE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올해 비만체료제 개발·상용화 기대감과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 왔다. 최근 미국에서 예상보다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률이 주춤했지만 다른 섹터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KODEX헬스케어는 지난 25일 기준 한 달 수익률이 3.81%, 3개월은 11.24%였다. 1년 수익률은 23.91%를 기록했다. TIGER헬스케어도 1개월 3.23%, 1년 20.61%였다. 이 상품들은 고령 인구 증가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만성질환 관리 및 예방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관련 국내 기업 전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고령화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뇌 질환이나 유전자 기술 등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로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ETF다. 지난 9월 3일 상장된 이후 지난 27일 현재 수익률은 2.68%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측은 “전 세계 인구의 기대 수명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뇌 질환 치료제 관련 의료 비용 지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티에이징’ 관련 상품도 있다. 지난 7월 2일 상장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글로벌안티에이징바이오액티브’는 고령 인구의 건강 미용 웰빙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재생의학 바이오기업인 파마리서치,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 신약 개발사 펩트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3개월 수익률은 8.79%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Fn유전자혁신기술’은 유전자 치료 관련 혁신 기술을 보유한 인벤티지랩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엘앤씨바이오 파미셀 등 국내 기업 40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3개월 수익률 역시 10.18%로 우수하다.

실버산업 비중 10% 이상 추천

‘시니어 소비’를 주제로 한 특화 상품도 나왔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글로벌다이나믹시니어액티브’는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는 상품이다. ‘헬스케어 관련 지출 비중 확대’ ‘가치 중심적 소비’ ‘경험 소비 증가’ 등을 특징으로 노인 소비자층의 소비 행태의 변화에 따라 수혜를 받는 그룹으로 분류해 종목을 구성했다. 지난해 7월 25일 상장 이후 지난 27일까지 49.49%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더 다양한 상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략솔루션총괄은 “고령화와 관련된 테마 중 암, 백신, 바이오 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 밖에도 미용과 실버산업 등 변화할 라이프 스타일 분야까지 전반적인 산업의 고성장이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서 총괄은 그러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미래 성장산업인 고령화와 관련된 제약·바이오 산업은 꼭 가져가야 한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은 최소 10% 이상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해외선 노인 주택 투자붐

고령화를 먼저 겪은 해외에서도 ‘실버 투자’ 물결이 거세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이머전 패티슨은 “부동산 시장의 한 분야에서 큰 투자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노인 주택’을 유망한 투자 분야로 지목했다. 미국에서 곧 65세 이상이 다수 은퇴하는 ‘실버 쓰나미’가 예상되므로 노인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노인 주택 협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중 약 11%가 노인 주택에 살고 있다. 이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노인 주택에 대한 수요는 향후 16년간 50% 증가해 2023년 600만명에서 2040년 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전망이다. 연간 수익률은 2026년에 약 16%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됐다.

패틴슨은 “고령화로 인해 노인 주택은 장기적으로 명확한 구조적 수요 동인을 가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노인 주택은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선 장례 문화와 관련한 인프라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모펀드 기업 ‘Funecap’은 유럽 전역의 300개 이상의 화장장과 장례식장에 총 10억 유로(1조5389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앞서 2022년에 네덜란드의 화장 장비 분야의 한 기업을 인수하고 최근엔 독일 최대 규모의 화장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루크 템플먼은 “예상하는 것보다 노령인구의 증가가 자산과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더 광범위할 것”이라며 “‘헬스케어 주식을 사라’라는 말은 이제 너무 단순하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