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은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문을 열거나 물건을 집는 사소한 동작도 손목의 관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손목 관절은 취약한 구조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관절의 마모와 퇴행성 변화가 심해지면서 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오늘은 ‘방아쇠 수지 변형’ ‘듀피트렌 구축’ ‘드퀘르뱅 증후군’(손목건초염) 등 손목과 손가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질환을 살펴보자.
방아쇠 수지 변형은 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다. 손가락 힘줄이 두꺼워지거나 이를 지탱하는 활차에 이상이 생기면 손가락이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딸깍거리며 걸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노인은 이들 증상이 나타날 때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물리치료나 약물만으론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적잖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듀피트렌 구축은 중년 이후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이 뻣뻣해지며 점차 구부러지는 증세를 보인다. 초기엔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불편함이 생기며 병이 진행되면 손바닥에 주름이 잡히고 서서히 손가락이 구부러진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손을 자주 쓰는 환경이 위험요인 중 하나라고 알려졌다. 치료 시기와 방법에 따라 주사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질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드퀘르뱅 증후군은 최근 손주를 돌보는 노인에게 자주 나타난다.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이 질환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아기를 안고 젖병을 물리는 동작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노인은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 크기에 이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크다.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 사이의 충돌로 발생하는 이 증상은 방치할 경우 더 악화할 수 있다. 약물이나 물리치료로는 쉽게 호전되지 않으며 전문적인 주사 치료로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결절종’은 손목 부위에 작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으로 힘줄이나 관절의 과다한 사용이 원인이다. 대개 결절종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제거 후에도 재발할 우려가 크다. 주로 손목에 발생하는 이 종양은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로 젊은 노인이 자주 겪는다. 한 번 발생한 결절종은 치료 후에도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으며 수술적 절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너무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손목 관절의 여러 질병은 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노화에 따른 손목 퇴행 과정을 늦추고 손목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손목을 적절히 보호하는 것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손목에 부담을 주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지 않는 게 기본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시에는 손목 받침대를 사용해 손목의 부담을 덜어주고 장시간 작업을 피하며 주기적으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손목 돌리기나 손가락 스트레칭 같은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손목 긴장을 풀 수 있다.
둘째 손목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 손목을 보호하는 근육이 튼튼해야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가벼운 저항 밴드를 이용한 운동이나 물병을 이용해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셋째 영양소 섭취도 손목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목 관절의 연골과 힘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 연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콜라겐도 충분히 섭취하면 큰 도움이 된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손목 건강을 지키는 건 하나님이 준 소중한 몸을 관리하는 책임 있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너희 몸은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라는 말씀처럼 몸을 소중히 여기고 잘 보살피는 것 또한 하나님께 감사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전 6:19~20)
건강한 손목은 활기찬 노후 생활의 중요한 요소다. 이는 젊은 노인으로서 가족과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줄 것이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