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형제가 1903년 최초의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 1호’로 13초 동안 하늘을 날았을 때 인류는 마침내 새처럼 날 수 있는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흉내 낸 새들로부터의 공격, 즉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가 항공 안전의 커다란 위협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에서 한 해 1만400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국내에선 200~300건이나 보고될 정도다.
기체에 새가 부딪치면 달걀로 바위 치기에 그칠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예컨대 순항 속도가 시속 900㎞인 항공기와 1㎏의 새가 충돌하면 3만1000줄(J)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는 대전차 소총 탄환의 위력과 맞먹는다. 특히 새가 제트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제트엔진의 팬 블레이드가 손상되거나 프로펠러가 부서져 엔진이 멈추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조류 충돌 사고 중 이착륙 시 사고가 30% 이상이나 차지할 정도로 공항 활주로가 매우 취약한 곳으로 여겨진다. 공항 활주로엔 항공기 굉음에 천적들이 접근하지 않아 곤충과 같은 각종 하위 포식자들이 번성하기 때문에 날짐승들이 모여든다. 또한, 공항 근처 쓰레기 매립지나 농지 역시 새들에게는 매력적인 장소가 된다. 대부분의 공항은 조류 퇴치팀인 BAT(Bird Alert Team)를 운영하며, 새들을 쫓기 위해 산탄총, 폭음기, 맹금류 등을 활용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공항 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은 이러한 퇴치 시도를 경험적으로 학습해, 잠시 피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역대 국내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기록된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참사도 조류 충돌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공항의 조류 퇴치 활동과 기술적 대책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변수와 공존하며 안전을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 효과적인 조류 퇴치와 항공 안전 대책이 절실하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