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지구 생명과 인류 호기심의 원천… 태양은 별이다

입력 2024-12-31 00:34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엔
해가 3개 떠 있어 낮·밤 구분 어려워
뜨거운 그곳에 탐사선 보내는 시대
답을 얻은 인류, 또 다른 질문 던질 것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무엇일까. 별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센타우루스 자리에 있는 프록시마 별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프록시마는 지구가 아닌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별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이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빛의 속도로 4년 조금 넘게 달리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떨어져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능의 우주탐사선으로 프록시마까지 가려면 8만년 정도 걸릴 거리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별은? 태양이다. 우리는 흔히 태양은 태양, 별은 별, 이렇게 구분하곤 한다. 태양은 낮에만 보이고 너무 강렬하게 빛나는 존재라서 종종 태양이 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태양은 핵융합 작용을 통해 빛을 내는 어엿한 별이다.

태양계는 태양이라는 별 하나를 중심으로 행성들과 다른 구성원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시스템이다. 프록시마가 속한 센타우루스 알파 시스템은 별이 3개인 집단이다. 말하자면 태양이 3개인 것이다. 지구에서는 밤과 낮의 구분이 명확하다. 태양이 떠 있으면 낮이고 태양이 지면 밤이다. 프록시마에서는 행성이 있다. ‘프록시마b’라는 이름의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프록시마c’라고 이름지은 외계행성 후보도 있다. 이들 행성에서는 밤과 낮의 구분이 조금은 더 복잡할 것 같다. 그들의 태양이 3개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태양이 3개 모두 떠 있는 낮이 있을 것이다. 뭐라고 이름을 붙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태양이 2개 떠 있는 낮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태양이 1개만 떠 있어도 낮은 낮이다. 3개의 별이 모두 지면 이들 행성에서는 비로소 밤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록시마b에 외계인이 산다면 그들의 밤과 낮에 대한 인식은 지구인들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프록시마b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결코 낮에 볼 수 없는 별이 있다. 센타우루스 알파 시스템의 별들이다. 그들의 태양들이다. 정의상 이들 별이 모두 진 상태를 밤이라고 했으니 밤에 이들 별을 볼 수는 없다. 지구에서는 이들 별을 볼 수 있다. 센타우루스 자리에서 이들 3개의 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름이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 시스템이다. 지구에서도 밤에 결코 볼 수 없는 별이 있다. 바로 태양이다. 하지만 프록시마b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을 낮이 아닌 밤에 볼 수 있다. 그들에게 태양은 4광년 조금 넘게 떨어진 밤하늘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별일 것이다. 가까우니 상대적으로 밝게 보일 것이다. 카시오페아 자리라는 것이 있다. 북극성 주위를 도는 별자리다. 5개 정도의 별이 눈에 보이는데 M자나 W자 모양을 하고 있다. 프록시마b에서는 바로 이 카시오페아 자리에서 태양을 만난다. 그들이 이 카시오페아 자리를 카시오페아 자리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태양을 이 별자리에 속한 밝은 별로 인식할 것이다.

프록시마b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과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어떻게 다를까. 서로의 태양을 낮이 아닌 밤하늘에 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별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별들을 제외하고는 프록시마b에서든 지구에서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우주는 넓고 이 두 행성은 우주의 규모에서 볼 때 거의 붙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보던 별자리 패턴이 대부분은 약간 변형된 형태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 태양계의 어느 곳에 가더라도 지구에서 올려다본 밤하늘과 비슷한 밤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가 태양을 근접 비행하는 상상도. NASA는 지난 27일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 표면에서 610만㎞ 떨어진 지점을 비행해 태양 최근접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NASA 홈페이지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별들과 달리 자세한 것까지 보고 연구할 수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 태양탐사선인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 표면으로부터 610만㎞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류가 만든 인공 구조물이 태양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사건이었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시속 69만㎞로 날아갔는데 인류가 만든 우주탐사선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18년 8월 12일 발사된 태양 전용 탐사선이다. 태양에 가까이 가서 탐사하는 것은 아주 힘든 작업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태양이 너무 뜨겁기 때문이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해 11㎝가 넘는 두께의 육각형 방열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기술적 성취를 통해 태양에 가능한 한 가깝게 접근하려는 것이다. 이번 비행에서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 대기 상층부인 고온의 코로나 지역을 통과하는 기록을 세웠다. 1370도에 이르는 고온을 견딘 쾌거였다. 파커 솔라 프로브의 관측 임무는 코로나의 온도를 높이고 태양풍을 가속시키는 에너지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있다. 이런 현상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태양 코로나 지역에 진입했다는 것이 큰 성과다. 태양풍 발생 지역 자기장의 구조와 동력을 파악하는 임무도 있다. 태양풍 입자를 가속시키고 운반하는 원리에 대한 탐사도 포함돼 있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앞으로 몇 차례 더 태양 코로나 지역에 진입해 관측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고 지구 생명의 원천이다. 하지만 태양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파커 솔라 프로브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러면 또 궁금한 몇 배의 질문이 생길 것이다. 인류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태양탐사선을 보낼 것이다. 이제 겨우 태양 고층 대기인 코로나 지역에 도달했지만 태양 표면을 지나 내부까지 태양 탐사선을 보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가끔은 태양도 별이라는 사실, 아니 태양은 별이라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지구의 거의 모든 것의 원천인 태양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가 될 것이다. 태양은 별이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