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도입 PFA 시술법 관심
시술 시간 통상 1시간 내외로 짧고
부작용 발생률도 0.7% 그쳐 안전
향후 치료의 70~80% 대체 전망
고가 비용이 문제… 건보 적용 시급
시술 시간 통상 1시간 내외로 짧고
부작용 발생률도 0.7% 그쳐 안전
향후 치료의 70~80% 대체 전망
고가 비용이 문제… 건보 적용 시급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심방세동 치료에 최근 신의료술인 ‘펄스장 절제술(PFA)’이 국내 도입돼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기존 시술법보다 치료 시간이 짧고 합병증 위험은 훨씬 낮아 향후 심방세동 치료법을 급속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가의 비급여 치료여서 보다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으려면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방세동은 심장에 4개의 방 중 하나인 심방에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가장 흔한 부정맥 질환이다. 혈액 흐름이 불규칙해 혈전(피떡)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이나 다른 장기의 혈관으로 흘러가면 혈관을 막는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뇌출혈 발생 확률은 일반인보다 5배나 높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대한부정맥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은 2013년 1.1%에서 2022년 2.2%로 최근 10년간 배가량 증가했다. 2022년 유병률을 보면 60대 3%, 70대 6.8%, 80세 이상 12.9%로 고령일수록 높다. 정보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30일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30년에 심방세동 유병률은 3.5%, 2050년에는 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 무기력하고 피곤한 느낌, 어지러움, 숨참, 운동 시 호흡곤란, 흉부 압박감 등이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정 교수는 “특히 고령층은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뇌졸중 발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존 심방세동 치료법으로는 항부정맥 약물과 시술 요법, 수술이 있다. 약물은 치료 효율이 낮은 맹점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고주파도자절제술, 풍선냉각도자절제술 같은 시술법이다. 그런데 고주파도자절제술은 50~60도의 열을 가해 심방세동 발생 조직을 지지는 관계로 주변 조직이나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심장 뒤에 있는 식도에 구멍이 뚫릴 수 있으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높은 열로 인해 폐정맥 협착이 초래되면 폐나 심장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풍선냉각도자절제술은 냉동 열에너지(영하 60~70도)로 병변 부위를 얼려서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식도 누공이나 횡격막 손상 위험이 따른다. 두 방법은 시술에 2시간 넘게 걸려 환자에게 부담일 수 있다.
최근 도입된 PFA는 두 시술법의 이런 합병증 발생률이 훨씬 적고 시술 시간은 가장 짧다. PFA는 대퇴부 혈관으로 삽입한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심장의 부정맥 발생 부위까지 밀어 올린 뒤 짧은 순간 약 2.0kV의 강한 ‘전기 쇼크’를 전달, 병변 심근세포에 구멍을 뚫어 파괴하는 방식이다. 시술 시간은 통상 1시간 내외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PFA는 뜨거운 열에너지를 이용해 심근세포를 괴사시키는 고주파도자절제술이나 차갑게 냉동시켜 심근세포를 없애는 냉각도자절제술과 다르게 열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인접 조직이 손상되는 잠재적 부작용 위험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지금까지 12만5000명 이상이 이 방식으로 치료받았다. 이 환자들의 부작용 발생률은 0.7%로 보고돼 기존 치료법(2~6%)보다 안전함이 입증됐다.
박 교수는 “유럽에서 최근 발표된 연구논문에 의하면 1만7000명 환자에서 열에너지에 관련된 부작용 사례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PFA가 2030년까지 심방세동 치료의 70~8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고 이달 중순 보건복지부의 신의료술로 고시됐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발 빠르게 PFA를 도입해 최근 각각 4명, 5명의 환자 대상 시술에 성공했다.
PFA 또한 100% 완치되는 건 아니나 지금까지 나온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최근 PFA 시술 그룹의 87.9%가 1년 동안 정상 심장 박동이 유지됐고, 특히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90.8%가 정상 박동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재발할 땐 PFA와 기존 시술법의 추가 시행이 고려돼야 한다. 박 교수는 “PFA가 합병증이 적다고 해도 드물게 관상동맥 근처에서 시술 시 경련이라든가 너무 많은 펄스장 에너지 전달로 적혈구 용혈(깨짐) 현상이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시술 전 준비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런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FA는 현재 한시적인 비급여로 시술 비용이 1500만원에 달한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자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조속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부정맥학회도 빠른 급여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심방세동은 노화와 고혈압, 당뇨, 심부전, 비만,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위험 인자이므로 이에 대한 조절과 관리가 예방에 중요하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방세동을 유발하고 재발 빈도를 높이므로 스트레스 관리 역시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