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음료업계는 올 한 해 주력 상품의 ‘제로화’ 과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고려하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업계가 설탕이나 칼로리가 없는 제로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제로 상품들이 출시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의 ‘제로 초코파이’는 출시 50일 만에 6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빠른 속도로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웰푸드가 지난 10월 선보인 ‘제로 초코파이’는 2년여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도 마시멜로의 맛과 식감, 초콜릿의 풍미를 구현했다. 열량은 한 봉에 110㎉로, 기존 제품에 비해 약 63% 수준으로 낮췄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제로 브랜드에서 50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에도 아이스크림 신제품 ‘스크류바 0㎉’와 ‘죠스바 0㎉’를 출시했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사용해 기존 제품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는 맛을 구현해 0㎉를 구현했다.
제로 흥행을 주도한 음료에서도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다. 팔도가 올해 3월 출시한 비락식혜 제로는 50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매일유업의 ‘피크닉 제로’는 지난 6월 출시된 지 18일 만에 100만팩이 판매됐다. 빙그레는 40년이 넘은 장수 요거트 브랜드 ‘요플레’의 제로버전을 드링크 형태로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는 콜라와 스프라이트 이외에도 토레타, 파워에이드 제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오뚜기와 동원홈푸드는 케첩, 머스타드, 드레싱 소스 제품을 출시하며 저당·저칼로리 저변을 넓혔다. 일상에서 흔히 먹던 소스류까지 저당 제품으로 출시되면서 ‘제로’ 제품의 다양성에 힘을 보탰다. 동원에프앤비는 ‘저스트 노 슈가 황도’ 등을 출시하며 제로 통조림 시대를 열었다. 숙취해소제에도 제로 바람이 불었다. 삼양사는 숙취 해소 드링크 ‘상쾌환 제로 부스터’를 출시했다.
제로 열풍은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20년 924억원에서 올해 약 38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로 제품이 기존 제품 매출을 뺏어오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을 불러온다는 점은 업계 고민이다. 학계에서 제기되는 대체당의 안전성 논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제로화를 위한 노력이 내년에도 이어지겠지만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