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중국계 공세까지… 양극화 짙어진 이커머스 업계

입력 2024-12-30 00:00
게티이미지뱅크

올 한해 이커머스 업계에는 격동의 바람이 불었다.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고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성장을 이어오던 온라인 쇼핑 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불황 여파 속에서도 소비자 일상을 파고든 쿠팡은 성장을 지속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내년 업계의 양극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에 나서면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티몬·위메프에서 발생한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 여파는 연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피해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이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에서 입점 업체에 정산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촉발됐다. 이후 카드결제까지 막히면서 영업은 중단됐다. 사태는 큐텐의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 AK몰까지 확산됐다.

티메프는 높은 적자와 자금난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됐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현재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피해 금액은 약 1조5950억원, 피해자는 약 33만명으로 추산된다.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돌아오게 하고 피해를 복구할 방안은 요원하다. 사태 발생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비슷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업계도 정산일을 앞당기는 등 티메프 사태와 거리를 두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업계 1위 쿠팡은 호실적을 내며 달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40조원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6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전국을 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은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G마켓, SSG닷컴, 롯데온, 11번가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하거나 사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과 SSG닷컴은 지난 6월 수장들이 교체됐다. 롯데온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사옥 이전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11번가는 사옥을 경기도 광명으로 옮기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에선 멤버십 경쟁도 활발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의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이후 이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해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업계는 ‘탈쿠팡족’ 모시기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소비자들의 쿠팡 의존도가 커지면서 이탈 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기반 C커머스 플랫폼들의 공세는 내년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각종 유해 물질이 나왔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1~10월 기준 월평균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 기준 2위를 차지했다. 불황 여파로 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심리를 파고든 전략이 적중하면서 C커머스의 이용자 수와 거래액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세계그룹 G마켓과 합작법인 설립을 지난 26일 밝히며 향후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재편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에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 수요는 여전한 만큼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의 성공 여부가 생존을 가리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