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선한목자교회(노청규 목사)가 자립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다. 노청규 목사는 교회 월세와 유지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리운전까지 뛰면서 교회를 섬겼다. 출석 교인은 16명에서 좀처럼 늘지 않았다. 재정난과 침체에 빠져 있던 교회는 2022년 네 차례의 시간을 거쳐 교인 60명이 출석하는 자립 교회가 됐다.
도원욱 한성교회 목사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성교회 ‘행축 아카데미’를 소개하면서 노 목사의 사례를 떠올렸다. 도 목사는 “청주 선한목자교회의 성장은 작은 교회들도 행축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확신을 심어준 사례였다”며 “수적 성장을 떠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주신 교회의 사명이 열매를 맺어 기뻤다”고 말했다. 행축 아카데미는 한성교회가 전도 철학과 노하우를 다른 교회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성교회는 행축 아카데미로 국민일보 2024 기독교브랜드 대상 리딩 부문을 수상했다.
행축 아카데미를 이해하려면 행축부터 알아야 한다. 한성교회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교회 대표 슬로건 아래 행축을 이어가고 있다. 행축은 한성교회 전도 축제인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에서 따온 낱말이다. 소수 정예의 훈련된 전도자가 주도하는 전도 방식이 아닌 전교인이 동참하는 공동체 전도 시스템이 핵심이다.
교인들은 3개월에 걸쳐 전도 대상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데, 다음과 같은 8단계 실행 지침이 있다. ①태신자 품는 기간 동안 매일 기도하기 ②안부 문자 보내기 ③기프티콘 보내기 ④교회 카페 초대하기 ⑤문화 행사 초청하기 ⑥식탁 교제하기 ⑦초대장 전달하기 ⑧만남의 약속 잡기. 도 목사는 “행축을 처음 실행한 건 2010년 봄이었다”며 14년간 맺은 열매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2009년 한성교회 부임 당시 한성교회 출석 교인은 1000명 안팎이었어요. 그런데 2010년 당시 봄 행축에 1736명의 이웃이 교회를 찾아온 겁니다. 236명이 교회에 등록했고요. 더 놀라웠던 건 그해 가을 행축이었습니다. 봄 행축 절반 정도인 880명이 방문했는데, 봄 행축보다 많은 367명이 교회에 등록했어요.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행축에 참석한 인원은 8만7707명, 교회에 등록한 분들만 1만1043명이네요.”
한데 도 목사는 “행축이 수적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행축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복음 전도의 실천에 있다”며 “행축은 단순한 전도법을 넘어 ‘교회를 교회답게, 성도를 성도답게’ 만드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모든 성도가 합심하여 기도하고 복음 전도를 실천하면서 교회 내 영적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행축이 행축 아카데미로까지 확장된 해는 2021년이다. 도 목사는 “당시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에 희망이 사라져가고 있었다”며 “복음 전도 사명만이 교회를 살리고 가슴 뛰게 한다는 사실을 한국교회와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행축 아카데미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동역한 교회는 210곳에 달한다. 올해는 30개 교회가 행축을 진행했고, 내년도 행축 진행을 희망한 교회들은 지난 11월 사흘간 ‘2024 행축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도 목사는 “젊은 목회자들과 중소형 교회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전국 각지에서 행축을 통해 영혼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얻고 진정한 행복을 깨달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분명하고 강력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행축 아카데미는 고정된 플랫폼 위에 새로운 접근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매년 발전하고 있다. 올해엔 전도 대상자들과 미술관 함께 가기가 관계 맺기 과정으로 소개됐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공간을 찾고 추억을 쌓기 위해서다. 내년엔 행축 아카데미 참석 교회별 다음세대 맞춤형 행축이 준비되고 있다. 또 지역 교회들이 행축을 진행하기 전 도움이 필요한 절차들을 종합해 원데이 클래스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교회는 행축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교회와 행축 네트워크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도 목사는 행축 아카데미의 청사진을 설명하면서 한성교회 1층에 있는 카페 ‘보아즈’를 빗댔다. 보아즈는 서울 양천구에서 보기 드문 대형 카페다. 이웃들에게 쾌적한 실내 공간과 가성비 높은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교회가 마련했다. 도 목사는 “보아즈는 교회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교회의 문턱을 넘는 다리 역할을 한다”며 “예수 믿는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행축과 보아즈는 본질이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행복하다면 그곳이 하나님 나라가 아니겠냐”며 “행축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교회와 동역하며 행복한 세상,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