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아래 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4년 12월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된 달로 기록되게 됐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혼란 속에서 설상가상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 되면서 정국은 극심한 아노미 상태로 접어들게 됐다. 여야 대치는 날로 격해지고 있어 정치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192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탄핵소추 의결서가 송달됨과 동시에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한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지 13일 만이다. 차순위 국무위원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총리 권한대행, 여기에 원래 자신의 역할인 경제 수장 역할까지 떠안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논란이 됐던 의결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151명)으로 정했다. 우 의장은 “의결정족수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지만, 탄핵소추 대상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대통령에 준하는 의결정족수(200명)를 주장했지만, 우 의장은 국무총리 탄핵소추 정족수(151명)를 주장한 야당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의장석으로 몰려가 “원천무효”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를 청하는 말씀에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29번째 탄핵안으로 답하신 것을 제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겠다”며 직무정지를 수용하고 탄핵심판을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즉시 헌법재판소에 이날 표결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은 원천무효이고, 투표 불성립됐음을 선언한다”며 “민주당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유도하는 국정 테러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한다”고 대국민 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이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헌법재판관 임명 압박에 나섰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국가적 과제는 철저한 내란의 진압과 척결”이라며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즉각 임명함으로써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엄청난 오판과 실수로 인한 탄핵소추만으로도 이미 나라 망신인데, 엇갈리는 입장은 타협하고 민생부터 챙겨야 할 여야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그야말로 망국적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정현수 박민지 이동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