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한대행의 대행… 이런 ‘치킨게임’ 멈춰야

입력 2024-12-28 01:30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에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국이 극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탄핵안은 야당 주도로 찬성 192표로 통과됐다. 여당은 표결을 보이콧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 탄핵안 의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200명 이상)이 아닌 총리 기준(151명 이상)이라고 선언했지만, 여당은 대통령 기준이어야 한다며 탄핵안 처리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은 탄핵안 가결 뒤 직무정지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맡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뒤 혼란스러웠던 국정을 한 대행이 겨우 추스르는가 싶었더니 헌정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대행’이라는 기이한 체제가 나온 것이다. 한 대행의 명분 없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거부, 야당의 지독한 탄핵 정치, 여당의 헌재 ‘9인 체제’ 반대 몽니가 빚어낸 치킨게임의 산물이다. 국가 위기 국면에서 하나같이 최악 중 최악만 골라서 질주한 탓이다.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다.

새 대행 교체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족수 논란까지 더해져 국정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외 이미지도 더욱 나빠질 수 있다. AP통신이 “한 대행 소추는 고위급 외교를 중단시키고 금융을 흔들 수 있다”고 전하는 등 외신의 부정적 전망도 잇따랐다. 금융시장도 요동쳐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2400선이 깨지고, 원·달러 환율도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정국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그 역시 탄핵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여당은 한 대행 탄핵안 가결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조치로 맞서기로 했다. 앞으로도 국정 컨트롤타워가 계속 흔들리고, 여야는 극한 대립으로만 치닫는다면 국정이 잘될 리 없을 것이다.

지금의 불확실성을 빨리 걷어내려면 여·야·정이 약속한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국정 안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줄탄핵’이나 지리한 법적 타툼만 계속 이어진다면 국정 표류는 물론, 안보·경제·대외신인도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파가 닥칠지 모른다.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최 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속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 여야도 지금의 ‘정치적 내전’에 휴전을 선언하고 국정을 뒷받침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여·야·정 모두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