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벚꽃 몽우리가 영글 무렵이면 어김없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울려퍼진다. 이 노래는 벚꽃이 질 때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시기에 유독 더 널리 듣곤 하는 노래를 ‘시즌송(season song)’이라고 부른다. 매주 수요일, 특히 비오는 날이면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 10월의 끝자락에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자주 들리는 것처럼. 가수에게 매년 고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연금(年金)송’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즌송은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제목을 모르는 이는 있어도 멜로디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라는, 바로 그곡이다. 1994년 발매된 이 곡은 30년 내내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에서 지금까지 20억회 이상 재생된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송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빌보드지의 추정치 등을 인용해 “캐리는 2022년에만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통해 270만~330만 달러(약 39억4000만원~48억1500만원)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외 다른 수익은 제외한 것인데도 매년 이 한 곡으로만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가히 연금송으로 불릴 만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캐럴 리메이크 앨범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새로운 앨범을 찾기 힘들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익성 문제가 크다. 요즘 캐럴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해도 수익 상당액이 원곡자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새로 만든 시즌송이 인기를 얻으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해당 시기가 될 때마다 스트리밍이 크게 증가한다. 시즌송을 선호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특정한 시기마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소환되는 시즌송을 갖고 있다는 건 가수에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