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상승기, 희비 엇갈리는 ETF 미장 투자자들

입력 2024-12-26 18:51 수정 2024-12-26 18:53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자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미국에 투자한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기초 자산에 투자했더라도 환율 변동 반영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라이즈(RISE) 미국S&P500 ETF(H)’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23.35%를 기록했다. 반면 상품명 뒤에 ‘H’표기가 없는 ‘라이즈(RISE) 미국S&P500 ETF’의 경우 42.50%의 수익을 냈다. 펀드 운용사와 매니저, 투자 대상 모두 같지만 20% 포인트 가까운 수익률 차이가 발생했다. H가 없는 ETF는 이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인 27.35%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수익률 차이는 환율 변동성 반영 여부에 따른 것이다. ETF 상품명에 붙은 ‘H’는 헤지(Hedge)의 약자로 환율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환율 변동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투자 자산의 가격 등락을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상품명 끝에 H가 없거나 UH(Un Hedge·언헤지)가 붙으면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반영된다. 즉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환율이 내리면 그 반대다.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한 미국 기업 100개를 골라 구성한 지수를 추종하는 신한자산운용 ‘신한SOL미국배당다우존스 ETF’도 달러 가치 변동을 반영한 상품은 연초 이후 25.85%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미반영 상품은 8.7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64.8로 15년 만에 최대치로 올라서자 기존 헤지 상품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에 이어 이날부터는 국내 증권가도 원·달러 환율 1500원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1500원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업계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자라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헤지 상품을, 장기 투자자라면 언헤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헤지 상품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고, 장기 투자하는 경우는 그사이 환율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면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