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여파 중단됐던 실손보험 개혁 다시 시동 걸린다

입력 2024-12-26 18:51 수정 2024-12-26 18:53

12·3 비상계엄 여파로 좌초 위기에 몰렸던 실손보험 개혁이 내년 초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으로 의료개혁 추진 동력이 약화됐으나 구조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 무기한 연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 개혁의 열쇠는 의료개혁특위가 쥐고 있다. 금융 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실손보험 구조 개혁과 비급여 관리 강화가 주요 과제다. 비급여 개혁은 의료계 협조가 필요한 부분으로, 의료개혁특위 비급여·실손보험 소위원회에서 논의해 왔다. 결과물은 지난 19일 공청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료계가 불참을 선언하며 연기됐다.

소위원회를 이끄는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6일 통화에서 “그동안 비급여·실손 문제와 관련해 전례 없던 논의를 이어왔던 만큼 정치적 흐름과는 별개로 실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정국을 고려하면 공청회는 내년 1월 중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쟁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공청회 안건으로 올릴 정도로 이미 기본적인 합의는 상당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복지부와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 올해 마지막 보험개혁회의 직후 실손보험 개혁방안과 관련해 ‘별도 후속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며 발표를 미뤘다. 보험개혁회의는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장 한도를 낮추는 대신 더욱 저렴한 보험료로 제공하는 식으로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을 준비해왔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1~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모두 100%를 웃돈다. 이는 보험사의 적자를 의미한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도 올해 상반기 기준 손해율 131.4%를 기록했다.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같은 기간 149.5%에 달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다.

특히 비급여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원인으로 꼽힌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실손의료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를 통해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중 비급여 의료가 약 6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사가 개원 후 진료가격과 양(횟수)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급여로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함에 따라 필수의료 분야 의사 공급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실손보험도 평균 약 7.5% 인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의료로 손해율이 상승하면 선량한 소비자에게도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라며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