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결국 교과서 지위 박탈… 이주호 “거부권 건의”

입력 2024-12-27 03:11

교육부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참고서격인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개정안을 일방 통과시키자 맞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다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이어서 AI교과서 도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내년 새 학기를 2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학교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육자료로 규정되면 AI교과서 사용 여부는 학교 재량에 맡겨진다. 개정안은 이미 검정을 통과해 학교별 채택 절차에 들어간 AI교과서에도 소급 적용토록 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급격히 발전하는 AI를 활용해 1대 1 학생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교실 혁명’을 목표로 AI교과서 도입을 추진해 왔다. 개정안은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개정안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학교 현장과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므로 재의요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통과된다.

이 부총리는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교과서는 정부 지원으로 학생·학부모 비용 부담이 없지만 교육자료가 되면 부담이 전가된다. 사용 학생 수가 줄면 학생 1인당 구독 비용도 뛸 수 있다. 이 부총리는 “일부 지역 혹은 학교에서만 사용하면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 수준의 검정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질적 저하도 불가피하다. 예컨대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접근성 조치, 이주 배경 학생들을 위한 번역 기능, 개인정보 보호 기능 등은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면 의무사항이지만 교육자료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교원 연수가 현재 진행되고 있고 AI교과서가 구동되도록 인프라 개선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미 검정을 통과한 AI교과서에도 소급 적용토록 했는데 헌법상 신뢰 보호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집단소송 우려도 크다”고 했다. 다만 재의요구가 받아들여져 교육부 의도대로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야당 등의 ‘속도조절론’을 수용해 내년 1년은 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시범기간을 운영키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