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분쟁’ 종식… 4인연합, 장남 지분 5% 인수

입력 2024-12-26 19:15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1년간 지속해 온 한미약품그룹의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수순에 접어들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그룹인 ‘4인연합’ 측이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장남인 임종윤 주주(사내이사)와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 합의하면서다.

26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임 이사는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라데팡스) 등 ‘4인 연합’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권 분쟁 종식을 발표했다. 4인 연합은 임 이사가 보유한 지분 일부(5%)를 매입했다. 양측은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 전문 경영인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에도 뜻을 모았다.

양측은 “모든 갈등과 반목은 접고, 한미의 발전만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며 “정도 경영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의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4인 연합 지분율은 40%로 높아졌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지분을 포함하면 48%에 달한다. 임 이사는 지분 11.79%를,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7.85%를 보유하고 있다. 4인 연합에 힘이 실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인 연합 측은 “‘당사자들의 사적 이익을 우선하거나 도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등 한미그룹 기업가치 제고와 안정적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해 협력하는데 필요한 것임을 상호 확인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달성했다”고 했다. 서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와 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경영권 분쟁이 4인 연합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은 일주일 전 한미약품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예견됐었다. 임 대표 측이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모두 부결되면서다. 국민연금도 4인 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임 대표이사는 임 이사의 결정에 대해 “형님(임종윤)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 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것으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이사까지 분쟁 종식에 합의할 경우 지난 1월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 통합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종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승기를 잡은 4인 연합이 내년 1월 이사회를 통해 임종훈 대표를 해임하거나, 임 대표가 스스로 사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