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앞다퉈 트럼프 취임식 기부… 모금액 사상 최대

입력 2024-12-26 19: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1·6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태세 전환에 나섰다. 기업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대한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취임식의 모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6 사태로 정치활동위원회(PAC)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뒤 트럼프 취임식에 후원한 기업·단체가 최소 11곳에 달한다. 포드·토요타·인튜이트·미국제약협회(PhRMA) 등은 100만 달러(약 15억원)를 기부했고, 골드만삭스·제너럴모터스·뱅크오브아메리카·AT&T 등도 거액을 쾌척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골드만삭스·인튜이트·토요타·PhRMA는 최소 10년 이상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하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의 대선 결과 인준을 막겠다며 2021년 1월 6일 의사당을 습격했는데, 이때 수십개 기업이 정치 관련 기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새 대통령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 약속을 다시 되돌렸다. 기업 컨설턴트들도 취임식 기부를 통한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기부를 중단했던 기업들이 취임식 기부에 몰려드는 건 트럼프 복귀에 따른 미국 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취임식 기부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은 기부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기업은 수십년 동안 정당과 관계없이 취임식에 기부해 왔다고 해명했다. 토요타는 2022년 성명에서 “정치 관련 기부를 재개하되 폭력을 선동하는 사람을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PhRMA 대변인은 “기부 중단을 발표한 뒤 새로운 기준을 추가해 기부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취임식 관계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였던 트럼프 1기 취임식 모금액 1억700만 달러(157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이미 모금 목표액인 1억5000만 달러(2200억원)를 넘어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모금액은 6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100만 달러를 기부하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2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기부자에겐 취임식 당일 내각 구성원과의 연회, 트럼프 부부와의 ‘촛불 만찬’, 무도회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 6장이 제공된다.

취임식 기부뿐 아니라 트럼프가 머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으로 몰려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메타·아마존·구글·화이자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몇 주 사이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회동했다. 트럼프는 최근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내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적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