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깊이 접속”… 시대·삶의 불확실성에 맞서다

입력 2024-12-27 03:01 수정 2024-12-29 16:21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적으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올 한 해, 기독출판계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마주하며 시대의 불확실성을 다스리는 책을 선택했다.

2024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엔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의 ‘고백의 언어들’(복있는사람·사진)이 선정됐다. 책은 그가 43년간 목회하며 지금껏 마주한 하나님을 예술과 과학, 철학과 종교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김 목사는 지난 4월 책 출간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의 인식 또한 모호한 것이란 걸 받아들이는 순간 사유의 여백이 열린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과 깊이 접속하면 타자(他者)에 관한 이해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독교 사상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김 목사의 철학과 사상이 아름다운 언어로 정갈하게 담겼다는 평이다. 홍종락 번역가는 “이 귀한 책을 선물 세트라고 말하는 건 너무 약한 느낌이다. ‘보물창고’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낫겠다”며 “자주 접하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했지만 나만의 언어로 정리되지 못한 기독교의 핵심 용어가 장인의 손에서 시 그림 소설 철학 등 온갖 매체를 만나 생명력을 얻고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한국 기독교의 품격을 높여 준 책”이란 평도 나왔다. 기독출판사 비아 민경찬 편집장은 “청파교회 목사로서 김기석의 마지막 저서이지만 오히려 김기석이란 세계로 들어가는 출발점으로 적절해 보인다”며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의 끝은 우리의 시작’”이라고 상찬했다.

국민일보는 기독출판 진흥을 위해 2016년부터 9년째 올해의 책을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1월 30일까지 발간된 책이 대상이다. ‘목회 신학 국내’ 등 5대 부문에서 최다 추천작 중심으로 선정한다. 기독출판사 편집자와 신학대 교수, 현장 목회자와 기독시민단체 및 출판매체 관계자 등 50명이 추천에 참여했다.


올해도 양서가 쏟아지면서 부문별 경쟁이 치열했다. ‘목회 신학 국내’ 부문에선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이, ‘목회 신학 국외’ 부문에선 ‘신약성경과 그 세계’(비아토르)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선율)와 ‘어쩌다 거룩하게’(바람이불어오는곳)는 ‘일반 신앙 국내외’ 부문별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어린이 청소년’ 부문은 ‘빅 스토리 바이블’(성서유니온)이 다추천작에 올랐다.

올해 최고의 책 저자와 ‘목회 신학 국내’ ‘일반 신앙 국내’ 분야 최다 추천작 저자에게는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와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장 김은섭 목사)에서 후원하는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2024 국민일보 올해의 책 부문별 선정작 14권을 관통하는 특징은 ‘성경의 진의를 밝혀 세상을 조명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목회 신학 국내’ 부문에서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책은 ‘히브리어의 시간’(복있는사람)이다. 히브리어와 페키니아어 등 고대 셈어 20개를 섭렵한 송민원 이스라엘성서연구원(IIBS) 교수가 성경의 언어를 알기 쉽게 해설했다. “신학자의 전유물이던 고대 히브리어를 한국의 대중 언어로 소개하는 첫 번째 시도”(이재원 선율 대표) “히브리어 단어 풀이로 재미뿐 아니라 신앙적 유익까지 잡은 책”(이학영 도서출판 학영 대표)이란 호평을 얻었다.

같은 부문 또 다른 선정작인 ‘태초에 인권이 있었다’(IVP)는 성서학자 민경구 에스라성경대학원대 교수가 율법에 반영된 인권 정신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안과 전문의 정한욱 작가는 “모세 오경(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에 관한 주석 작업으로 인권이 하나님이 태초부터 제정한 권리임을 밝혀냈다”고 평했다.

‘신약성경과 그 세계’(비아토르)는 ‘예수는 허구적 인물이며 기독교는 오류에 근거한 종교’란 낭설에 대해 각종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며 정면 반박한 책이다. 초기 기독교사 전문가인 NT 라이트와 마이클 F 버드가 공저한 이 책은 ‘목회 신학 국외’ 부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옥명호 비전북 편집주간은 “최고의 신약학자가 역사적이고 문화적이며 신학적인 맥락과 배경 속에서 풀어낸 신약성경 안내서의 결정판”으로 극찬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해당 부문의 또 다른 선정작 ‘지거 쾨더, 성서의 그림들’(사자와어린양)은 성경 이야기를 특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독일의 사제 회가 지거 쾨더의 작품 해설집이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는 “그림과 글은 과거의 시간을 오늘로 옮겨 놓는다”는 한 줄 평과 함께 추천했다.

‘일반 신앙 국내’ 부문에 선정된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선율)는 국내 대기업 출신 미국 뉴욕 보태니컬가든(NYBG) 정원사가 ‘정원의 언어’로 쓴 신앙 고백서다. 복음에 대한 저자의 빼어난 단상뿐 아니라 그가 틈틈이 촬영한 NYBG의 수려한 경관도 즐길 수 있다. 이범진 복음과상황 편집장은 “정원사의 시선으로 교회가 잃어버린 풍성한 언어를 되찾았다”며 추천했다.

같은 부문 선정작 ‘평신도교회가 온다’(잉클링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설립자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가 쓴 ‘평신도교회 실전서’다. 최규식 아바서원 마케팅부장은 “신학자 헨드릭 크래머의 ‘평신도 신학’과 존 스토트의 ‘목회자와 평신도’,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평신도 신학서”로 평가했다.


‘일반 신앙 국외’ 부문에선 ‘욕쟁이에 문신투성이 루터교 여성 목사’ 나디아 볼즈웨버의 ‘어쩌다 거룩하게’(바람이불어오는곳)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박현철 청어람ARMC 팀장은 “교회란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곳이 아닌 거룩하고 아름다운 것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곳이라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알려준다”고 전했다. 팀 켈러 목사의 ‘팀 켈러, 사랑으로 나아가는 오늘’과 마크 브로갑 목사의 ‘기다림은 낭비가 아니다’, 독일 신학자 헬무트 틸리케의 ‘하나님의 침묵’(두란노)은 평신도와 목회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중 브로갑 목사의 저작을 두고 김미현 세계교회성장연구소 편집자는 “‘쇼츠’의 시대 속 경시된 가치인 기다림의 힘을 주목한 책”으로 소개했다. 송민원 IIBS 교수는 “하나님이 허락한 인간의 언어능력이 권력과 폭력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한 줄 평으로 ‘험담, 그 일상의 언어’(구름이머무는동안)를 추천했다.

‘어린이 청소년’ 부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책은 NT 라이트의 또 다른 저작인 ‘빅 스토리 바이블’(성서유니온)이다. 김세나 죠이북스 편집장은 “‘하나님 나라’란 드라마 140편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으로 평했다. ‘복음을 들고 너에게 갈게’(생명의말씀사)는 초신자와 청소년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강인구 세움북스 대표는 “기독교의 기본 진리에 일상이란 새 옷을 입힌 신개념 변증서”라고 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추천해 준 기독 출판사 관계자, 신학대 교수와 현장 목회자, 기독 시민단체 및 출판 매체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 명단

올해의 책 선정위원(직함생략): 강인구(세움북스) 고태석(구름이머무는동안) 권혁선(도서출판 브니엘) 김기현(한국침례신학대) 김도연(규장) 김동문(미주장신대) 김명일(고려신학대학원) 김미현(세계교회성장연구소) 김선일(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김성중(장로회신학대) 김세나(죠이북스) 김영호(도서출판 동연) 김진혁(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문신준(서평지 엠마오) 문준호(복있는사람) 문혁(좋은나무교회) 민경찬(비아) 민대홍(서로북스) 박관수(구영교회) 박현철(청어람ARMC) 박혜란(홍성사) 방재경(아가페출판사) 성석환(장로회신학대) 성현(필름포럼) 송길원(하이패밀리) 송민원(이스라엘성서연구원) 송용원(장로회신학대) 신진철(좋은씨앗) 신창윤(이레서원) 옥명호(비전북) 이근복(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이범진(복음과상황) 이슬기(한국장로교출판사) 이재원(선율) 이정일(문학연구공간 상상) 이학영(도서출판 학영) 이현주(사자와어린양) 정병오(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대) 정필석(대한기독교서회) 정한욱(우리안과) 조애신(도서출판 토기장이) 천서진(성서유니온) 최규식(아바서원) 최병인(뜰힘) 최주훈(중앙루터교회) 한경균(한국교회생태계네트워크)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함승수(명지대) 홍종락(번역가)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