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대학 도전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美 대입 에세이 첨삭 돕는 AI 서비스 ‘에슬로’ 합작

입력 2024-12-27 03:03 수정 2024-12-29 16:15
대학 입학 에세이 첨삭 AI 서비스인 ‘에슬로(Esslo)’를 공동 개발한 엘리야 김(왼쪽)과 하다사 베타푸디 공동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에슬로 제공

“부자든 가난하든 자신이 꿈꾸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세계 최고의 명문대에 입학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수순을 거부하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명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며 지난 6월 대학 입학 에세이 첨삭 프로그램인 ‘에슬로(Esslo)’를 출시한 엘리야 김(22)과 하다사 베타푸디(25) 공동 창립자가 최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착한 AI 서비스로 알려진 에슬로는 고가의 에세이 첨삭 서비스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재학 중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두 사람은 대학 입학 사정관의 정보와 대학 합격 에세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올린 에세이에 대한 개선 결과를 빠르게 제안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는 한 달에 10달러(약 1만4600원)를 내면 에세이를 무제한으로 수정받을 수 있다. 이 비용마저도 부담스러운 학생에게는 내부 인증을 거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베타푸디 창립자 “대학 지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입학위원회 등 전문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이며, 제가 그랬듯 많은 이들이 이를 어려워한다”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누군가로부터 멘토링을 받는 일이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되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에슬로는 현재 130개국 1만여명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껏 2만건 이상의 에세이가 수정 과정을 거쳐 새로이 탄생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는 등 성공했지만 개발 초기엔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한다. 수개월 동안 무일푼으로 일하며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출시될까 하는 의구심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함께 성경공부를 했으며 그때 붙잡았던 성경 말씀인 마태복음 25장 14~30절을 수차례 되뇌었다고 했다.

“달란트 비유는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하나님은 제자들에게 그의 축복을 잘 관리하는 청지기가 되라고 요구하십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스탠퍼드대에 다니고 에슬로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달란트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이 에세이 첨삭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봐요.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아닐까 싶어요.”

두 사람은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났다. 한국계인 김 창립자는 조부모가, 인도계인 베타푸디 창립자는 부모가 미국으로 이주했다. 둘은 2022년 스탠퍼드대 기독교 모임인 ‘카이 알파 크리스천 펠로십(Chi Alpha Christian Fellowship)’에서 만났다. 카이 알파는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자’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성경공부 짝꿍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예배 등 모임과 공식 행사 외에도 함께 만나 식사하고 기도하며 공부도 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과학이라는 능력을 발휘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기업을 설립하고 싶다는 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창립자는 “기독교 모임 구성원은 삶의 도전을 통해 서로를 돕는다”며 “캠퍼스 내 훌륭한 기독교 공동체가 제 삶에 큰 축복”이라고 고백했다.

에슬로를 통해 시카고대에 합격한 한 학생이 남긴 후기 글. 에슬로 제공

길지 않은 시간 두 사람에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학생이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려 왔을 때라고 했다.

“최근 한 학생이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시카고대에 입학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 왔어요. 집안 사정이 어려워 우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하던 학생이었거든요. 과학적 지식과 기술로 누군가의 삶에 영원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 있는 순간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