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논란과 각종 사건·사고… 혼란한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복음 확산하려는 교회 노력 돋보여

입력 2024-12-28 03:00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소추를 요구하는 시위대 모습. 국민일보DB

2024년의 끄트머리에 서서 바람과 파도가 가득했던 한 해를 돌아본다. 수많은 논란과 사건·사고에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정국까지 한시도 편할 때가 없었던 한 해였다. 이런 가운데 복음을 확산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도 돋보였다. 한국교회와 동행해 온 국민일보 더미션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 지면을 장식했던 기사 중 ‘10대 뉴스(표 참조)’를 선정했다. 이들 중에는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뒤섞여 있다. 좋은 소식에는 전도자들이 걸어온 1년 동안의 선한 발걸음이 담겼고 나쁜 소식에는 교회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명의 무게가 실려있다.

수십만명이 운집한 대규모 야외 복음 집회를 비롯해 국제 로잔대회와 여성 지도력 확대를 위한 교단과 교회의 노력을 비롯해 가파른 교세 감소와 이단의 무분별한 포교 등이 더 미션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장식했다.




한국교회 저력 다시 확인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던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의 위험성을 알린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눈길을 끌었던 건 특정 교회가 단체로 참석한 것 외에도 주일 예배를 드린 뒤 가족 단위로 참석한 교인들이 아스팔트 위에 무릎을 꿇고 자발적으로 기도회에 참여한 것이었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성령대집회에 참석한 성도들. 국민일보DB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9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700m 길이의 백사장에는 10만여명의 교인이 모인 가운데 ‘2024 해운대성령대집회’가 개최됐다. 기도로 성장한 한국교회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기도회엔 부산 1800여 교회를 비롯해 울산과 경남지역을 비롯해 전국 33개 시·도 교회들이 참여해 전국 규모로 진행됐다.

NCCK 100주년 에큐메니컬 감사예배 현장. 국민일보DB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는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NCCK는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김주용 목사)에서 에큐메니컬 감사예배를 열었다. 이 예배에는 전 세계 에큐메니컬 지도자들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한국군국 등 주요 회원 교단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세계교회의 화합에 방점을 찍은 ‘리마 예식서’에 따라 예배를 드렸다.

여성 지도력이 한국교회 세운다

교인 중 6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교회 안 지도력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동안 여성 장로가 없었던 교회가 여성 장로를 피택한 것부터 여성지도력에 관심이 없던 보수적 교단이 여성의 권한을 확대한 일이 대표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첫 여성 명예장로들의 모습. 국민일보DB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지난 8월 여성 명예장로 6명을 선발했다. 당시 이영훈 목사는 “교단 헌법에는 장로 직분에 남녀 구분이 없고 이미 타 교회에서는 여성 장로가 중추적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장로의 임무는 교회를 세우는 것인 만큼 모든 장로가 함께 한마음으로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총회장 김종혁 목사)는 그동안 완고하게 지켜오던 ‘여성 강도권’의 문호를 개방해 교단 안팎의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여성들은 총신대 신학대학원(신대원)을 졸업하더라도 남성 졸업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홀대를 받아왔다. 총신대신대원 여동문회는 “여성에게도 목사안수를 달라”고 줄곧 요구해 왔다. 총회는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를 조직하고 이곳에 여성 사역자 지위 확대 방안을 연구하도록 했고 지난 9월 열린 교단 109회 정기총회에서 TFT는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고시 응시 권한을 주고 정년과 예우도 남성 강도사나 부목사와 같은 수준으로 한다”고 보고했다. 총회에선 이 보고를 받고 여성 강도사 시대의 문을 열었다. 총회는 현재 여성강도사관련헌법개정위원회를 조직해 여성 강도사 고시를 위한 법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복음주의 축제, 로잔대회 성료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 개막식 장면. 국민일보DB

복음주의의 세계적 축제로 꼽히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모인 복음주의자들은 세계 선교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대위임령(마 28:19~20)을 이룰 선교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대회에는 5000여명에 달하는 전 세계 선교 관계자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세계복음주의 선교 운동을 대표하는 로잔대회는 빌리 그레이엄과 존 스토트 목사를 중심으로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마닐라(1989년) 케이프타운(2010년)을 거치며 50년 동안 복음주의 운동 발전에 이바지했다.

‘비혼 출산’ ‘태아 생명권’ 논란

대법원은 지난 7월 동성 커플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정상 부부와 마찬가지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동성혼 확대를 걱정하는 한국교회의 우려를 불러와 10·27 연합예배에 많은 성도가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비혼 출산 논쟁을 불러온 영화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국민일보DB

태아의 생명권과 비혼 출산에 대한 교계의 고민도 컸다. 결혼하지 않은 채 자녀만 출산하는 ‘비혼 출산’은 배우 정우성이 쏘아 올렸다. 정우성은 모델 문가비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뒤 결혼 대신 양육은 책임지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정치권은 ‘등록동거혼(PACS)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교계는 비혼 출산이라도 생명을 지키는 건 긍정적이지만 전통적 가족 제도를 해체하고 동성 커플 확산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PACS는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동거 신고’만 하면 국가가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로 이미 프랑스(1999년) 벨기에(2000년) 네덜란드(1998년)가 도입했다.

‘만삭 낙태’ 문제를 고발하는 집회 모습. 국민일보DB

태아 생명권 보장 논의는 임신 36주나 된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올린 20대 유튜버가 촉발했다. 교계를 중심으로 22대 국회가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교인이 이토록 줄다니, “충격”

한 교단 총대가 교인 감소 대책을 질의하는 장면. 국민일보DB

교세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 총회가 지난 9월 열린 109회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교세 통계에 따르면 1년 사이에 무려 21만명의 교인이 줄었다. 예장합동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전 235만명이었던 전체 교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0만명이 빠져나가면서 225만명으로 집계됐다. 예장통합 교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만4700명 줄어 220만7982명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10년째 내리막길이다. 예장통합은 이런 추세라면 2030년 교인 수가 16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단들의 노골적인 청년 대상 포교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독 사학인 김천대가 구원파 계열 기쁜소식선교회 측에 넘어갔다. 기쁜소식선교회는 예장합동·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다. 지난달 김천대가 신학과를 신설하고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나서면서 이단 교리를 전파할 신학자 양성에 나섰다는 우려도 크다.

충남대 총동아리연합회 임원이 신천지 행사 참여한 모습. 국민일보DB

한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소속 학생들이 충남대 총동아리연합회 임원직을 장악해 대거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장창일 기자, 종교부 종합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