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핵심부서인 국방정책실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군 상황을 전달하는 등의 ‘연락망’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비상계엄 사전 모의 혐의로 입건된 방정환 국방정책실 차장을 고리로 정책실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군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25일 “방 차장이 ‘수사2단’과 정보사령부 특수임무대(HID) 등 계엄 핵심 병력의 상황을 김 전 장관에게 전달하고 또 이들에게 김 전 장관의 의도를 설명·설득하는 역할을 맡았을 수 있다”며 “김 전 장관이 방 차장을 중심으로 일종의 ‘비상 연락망’을 꾸리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정책실 실세로 꼽히는 방 차장은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햄버거 2차 회동’에 참석했던 인사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구성한 별동조직 ‘수사2단’의 인사 발령 문건 부단장 자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수사2단의 주요 임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의 전체적인 통솔은 단장인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이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부단장인 방 차장은 작전 지휘보다 김 전 장관과 수사2단의 가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군 소식통의 설명이다.
계엄 전후 방 차장의 행적 곳곳에는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일 계엄 선포 당일 경기도 안산 롯데리아에서 노 전 사령관, 김용군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등과 햄버거를 먹고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 회의에 참석했다. 방 차장은 구 여단장과 비상계엄 선포 전후 이곳에서 대기했는데, HID 요원 40여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비상계엄 전후로는 군 병력에 대한 통제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다리 역할을 해줄 조직이 필요할 텐데, 방 차장과 국방정책실을 중심으로 비밀 임무 네트워크가 짜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한 국방부 관계자는 “정책실 중심의 비밀스러운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방정책실은 국방부 내에서 국방정책의 수립·조정을 담당하는 요직이다. 민주당은 방 차장의 휴가를 승인한 ‘윗선’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조사도 촉구하고 있다. 서영교 의원은 “국방부 지휘 구조상 정책실장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실행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부승찬 의원은 조 실장이 김 전 장관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정책실은 정상 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직무 정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방 차장이 근무했던 국방정책실 전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방 차장이 계엄 선포 직전 정보사에서 대기한 경위 등을 중심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갈 방침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구 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