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67명을 태운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2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항공은 사고 여객기에 승객 62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사망자가 30명 이상이며 29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고,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생존자가 최소 32명이라고 집계했다. 승객의 국적은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인 3명으로 파악됐다.
사고 여객기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이륙해 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 수도인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카스피해 연안 악타우시로부터 3㎞ 떨어진 곳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고 현장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하강하다 지면과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추락한 여객기 잔해에서 일부 생존자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회항을 지시했다고 아제르바이잔 영자지 아제르뉴스가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알리예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야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해 여객기 추락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계 부처 장관들이 포함된 대표단을 카자흐스탄으로 급파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아제르뉴스는 “엠브라에르190 기종인 사고 여객기는 새 떼와 충돌해 비상 착륙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엠브라에르는 브라질의 민영 항공기 제조사다.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사고 여객기가 그로즈니에 낀 안개 탓에 경로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여객기가 기체 결함이나 전파 교란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스웨덴 항공기 추적 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는 카스피해 상공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항로를 이탈하는 듯한 사고 여객기의 운항 기록을 공개하며 “여객기가 강력한 위성항법장치(GPS) 방해에 노출돼 잘못된 ADS-B 데이터를 전송했다”고 분석했다. ADS-B는 위치 정보를 1초 단위로 다른 항공기와 지상 관제 센터로 발송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