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폭주’ 비판론을 띄우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위원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 압박 전술이 한국에 대한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정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주장을 연일 펴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 정국을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프레임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25일 “대통령이 직무 정지됐어도 국가 질서가 잘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간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큰 변함이 없었다”며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면 신인도가 흔들려 외환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전날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가 돌연 보류한 것에 대해 “뒤늦게 역풍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카드 남발 전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확산하고 있다는 기대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여권에 각을 세워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궁예식 예방적 탄핵’이라고 비꼬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일각에서 ‘국무위원 5명을 탄핵해 국무회의를 무력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탄핵 인질극”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이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 의결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 “범죄 피의자들이 오히려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은 반인권적 국가범죄나 이를 조작·은폐한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적용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국가범죄 대상에 수사기관의 직권남용을 포함한 것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 수사에 대한 위헌적 보복법안이라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이지만, 그와 별개로 이 대표도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도 “민주당의 여러 (무리한) 움직임들이 오로지 조기 대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의 모습은 과연 온당한지 따져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계엄 쇼크’가 워낙 커서 야당에 미칠 역풍이 제한적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계엄 사태에 대한 부정 여론이 많아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권의 지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폭주에 대한 반사이익은 일시적”이라며 “여기에 기대면 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정우진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