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은 취임 후 추진할 과제로 ‘개헌’을 제시했다.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되는 현행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 등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중요하게 추진할 과제 중 하나가 개헌”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임기를 못 마치는 등 혼란에 빠지는 건 대통령 개인의 문제보다 제도의 문제인 측면도 굉장히 크다”며 “소위 ‘87년 체제’를 다시 들여다볼 그런 시기가 왔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 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개헌 방향과 관련해 “이번에는 바스켓에 너무 많이 담지 말고, 지금의 권력구조, 정치 체제에 관한 것만 담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대통령중임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결론을 정해놓지 말고 폭넓게 의견을 수용해 고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급적이면 빠르게 개헌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에 적극적이고, 우리 사회에 충분한 공감대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비대위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출범하는 ‘권영세 비대위 체제’를 앞두고 연일 당의 화합과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따돌림’ 논란까지 벌어졌던 ‘탄핵 찬성파’를 끌어안으며 야당의 탄핵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KBS라디오에서 “친한(친한동훈)계나 소장파 인사들도 중용될 수 있다고 본다”며 “초선이나 재선, 원외 당협위원장, 여성, 청년 등이 들어와서 과감한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가 탄핵의 강을 건넜지 않나. 지금은 친윤(친윤석열), 친한 이런 게 없다. 중요한 것은 계파가 아니라 당의 화합과 미래”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당 쇄신도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이 여전히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주면 새롭게 나아갈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며 “제명이든 탈당이든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소장파 의원은 “뭘 하든 당 쇄신에 대해서는 기대가 안 된다”며 “중진들이 전통적인 지지층을 붙잡고 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 같은데, 억지로 혁신하는 척하는 것보다는 그 전략에 충실한 편이 나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