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트럼프가 그린란드 탐내자 “방위비 증액” 맞서

입력 2024-12-25 19:05 수정 2024-12-26 00:00
그린란드 쿨루수크 인근에 떠다니는 거대 빙하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토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즉각 그린란드에 대한 국방비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파나마에서는 전현직 대통령들이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트럼프 사진을 불태우는 시위도 벌어졌다.

BBC에 따르면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우리는 수년간 북극 지역(그린란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지만 이제 더 강해질 계획”이라며 그린란드에 대한 국방비 지출 확대 패키지를 공개했다. 포울센 장관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100억 크로네는 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지 매체는 국방비 증액 규모를 120억~150억 크로네(2조4400억~3조500억원)로 추정했다. 늘어난 국방비는 감시선과 장거리 드론, 개썰매 부대, 북극사령부 병력 등의 확충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발표는 트럼프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필요하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포울센 장관은 발표 시점에 대해 “운명의 아이러니”라며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발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23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며 운하 통제권을 회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역사에 대한 무지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파나마 운하는 100% 파나마 국민의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 미국에 의해 건설됐고 오랫동안 미국이 운영하다 1999년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다.

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전직 대통령 3명과 함께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파나마 전현직 대통령들은 “우리나라의 주권과 운하는 타협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파나마 국민은 많은 문제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운하와 주권에 관해선 단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파나마시티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트럼프 발언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사진을 불태우며 “침략자 미국인은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