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가 수익 다각화와 안전성을 이유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가운데, 우리금융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교체 후엔 오히려 순자산이 줄어 상황 반전을 위한 계기도 찾지 못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우리자산운용의 ETF 순자산(23일 기준)은 3030억원으로 집계됐다.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 27개 중 11위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로 범위를 좁힐 경우엔 가장 아래에 놓인다. 한 계단 위인 하나자산운용(1조2499억원)의 4분의 1수준이다. KB자산운용(13조4263억원) 신한자산운용(5조3585억원) NH아문디자산운용(1조5986억원)과도 격차가 크다.
ETF는 올해 금융시장에서 급성장한 상품 중 하나다. 23일 기준 국내 ETF 시가총액만 171조7474억원에 달하는 등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린다. 지난해 6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시총 100조원을 돌파한 뒤 최근 1년 6개월 동안 70% 넘게 성장했다. 삼성, 미래에셋 양강 구도 아래 27개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비은행 강화를 경영전략 전면에 내세우는 5대 금융지주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고성장 시장이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이 모두 브랜드를 교체하며 투자자 모집에 적극 나서게 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ETF 상품 특성상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것도 브랜드 교체 이유가 됐다. 신한운용이 2021년 ETF 브랜드를 ‘SMART(스마트)’에서 ‘SOL(쏠)’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올해 4월 하나운용이 ‘KTOP(케이탑)’에서 ‘1Q(원큐)’로, 7월에는 KB운용이 ‘KBSTAR(케이비스타)’에서 ‘RISE(라이즈)’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운용도 9월 ‘WOORI(우리)’에서 ‘WON(원)’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우리운용은 ‘리브랜딩’ 이후 되레 뒷걸음질쳤다. 23일 우리운용 ETF 순자산은 3030억원인데, 지난 9월 3일 리브랜딩 발표 당시(3263억원)보다 7.14% 줄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데다, 경쟁사 대비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 것 등이 실적 뒷걸음질의 이유로 분석된다.
우리운용 관계자는 “ETF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내년부터 트렌드에 민감한 테마형 ETF를 출시하는 등 상품 라인업 확대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