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60원 넘게 뛴 환율… “상승 폭 절반은 정치 리스크 탓”

입력 2024-12-26 01:01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원화 방어에도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보고 있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각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특히 원화 절하 폭이 크다. 해외에서 국내 정치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는 정치적 이벤트가 잇따르자 원·달러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미국 달러 대비 원화 절하 폭은 -4.46%로 주요 6개국(한국·일본·캐나다·스위스·중국·유로) 중 가장 컸다. 지난달 25일 1395.56원이었던 환율은 전장 야간거래 종가 기준 1457.85원까지 올랐다. 한 달 새 60원 넘게 뛰었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강달러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08대로 다시 올라선 상태로, 트럼프 트레이드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발언이 이 같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다만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원화 가치 하락 폭의 절반 가까이는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절반 정도는 정치적 이유고 나머지는 강달러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석과 궤를 같이 한다. 한 시중은행 외환 전문가는 “비상계엄 사태가 환율을 얼마나 높였는지 정확히 추산할 순 없지만,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환율 전망치에 차이가 있다. 그 차이만큼이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상승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강달러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은 계속 있어왔다. 당시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1390~1430원대로 잡았었다. 그러나 비상계엄에 탄핵정국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닥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다급히 환율 전망치를 고쳐 잡았고,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열어놓는 곳이 많았다.

실제 트럼프 당선 후 1370원대이던 환율은 이후 1390~1400원대로 올랐다. 비상계엄 이후엔 1400원 전후를 오가던 환율이 다시 1430원대까지 뛰어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 후 한 단계, 비상계엄 사태 후 한 단계 점프를 했다”며 “상당한 충격을 받은 외국인들이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환율 레벨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면 추가적 위험으로 환율에 반영이 될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이어 국가 신용도 하락, 해외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