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중 성적 욕설…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입력 2024-12-26 00:00
연합뉴스

온라인 게임 중 같은 편에게 성적 욕설을 전송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메시지가 오간 맥락을 따져봤을 때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받는 여성 A씨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3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같은 편으로 함께 게임하던 여성 B씨에게 온라인 채팅으로 욕설을 전송했다. A씨가 B씨의 게임 실력을 탓하다가 말다툼이 벌어졌고, A씨는 B씨 부모의 신체 등과 관련된 성적 욕설을 다섯 차례 보냈다.

1·2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성적 조롱과 비하 표현을 통해 B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 했다고 판단했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A·B씨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유죄 인정에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메시지를 보낸 맥락을 고려할 때 성적 욕망이 담겨 있지 않다고 봤다. 성적 욕망엔 성행위 등을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것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수치심을 주면서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A씨 메시지는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A·B씨가 당일 처음 인터넷 게임에서 만나 서로 성별을 모른 채 게임을 한 점, A씨가 B씨의 게임 실력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다 공격적인 B씨의 메시지에 화가 나서 욕설을 한 문장씩 전송한 점도 근거로 꼽았다. 대법원은 “A씨 메시지에 피해자 부모에 대한 모멸감을 주는 표현이 섞여 있기는 하나,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며 “성적 수치심을 줘서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