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조명가게’ 내게 빛 같은 작품”

입력 2024-12-26 01:04
배우 주지훈은 ‘조명가게’에서 가게 주인 정원영을 연기한다. 극 후반부로 가면서 격한 감정을 쏟아내지만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타인에게 공감하면서 터져나온 감정이라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03년 S/S 시즌 서울 컬렉션에서 모델로 데뷔한 주지훈은 3년 후 MBC 드라마 ‘궁’의 주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18년 간 꾸준히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올해 그는 유독 바빴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지배종’,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 이어 ‘조명가게’와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사외다)로 시청자를 찾았다.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주지훈을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달 초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에서 주지훈은 조명가게 주인 정원영을 연기했다. 그는 “이 드라마는 판타지이면서도 마치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땅에 붙여놓은 작품”이라며 “‘캐릭터를 내가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 ‘어떻게 쓰여질까’를 고민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원영은 각자 서사를 가진 캐릭터와 사건들을 관망하는 하나의 ‘시선’인 동시에 조명가게라는 공간에 대한 시청자들의 흥미를 붙잡아둬야 하는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의 중반까지 다소 기능적인 역할을 하지만 자신의 사연이 밝혀지는 후반부엔 원영은 격한 감정을 보여준다. 캐릭터로서뿐만 아니라 배우 주지훈에게서도 이제까지 보지 못한 모습이 표출돼 시청자들에겐 또 하나의 반전으로 작용한다.


주지훈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전까지는 ‘친구가 죽어서 슬픈 나’ ‘자동차가 불에 타서 화난 나’처럼 내 감정이 중심이 되는 연기를 했는데 이번엔 타인에게 공감하면서 터져나온 감정이었다”면서 “특히 상대역인 이정은과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감정이 분출됐다. 연기를 감정만 가지고 할 수도 없고, 기술만 가지고 할 수도 없다. 나도 상대방에게서 자연스런 연기를 이끌어내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조명가게’를 비롯해 ‘신과 함께’ 등 죽음을 다룬 작품에 여러 편 출연했다. 주지훈은 “‘어디나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느냐’는 원영의 대사처럼, 죽음 후에도 어떤 공간에서 이렇게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고 위로를 주는 듯하다”며 “‘조명가게’는 내게도 빛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종영을 앞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사외다’에선 ‘조명가게’와 정반대의 코믹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극중에서 자신의 데뷔작 ‘궁’의 주제가 ‘사랑인가요’를 열창하는 장면은 특히 화제가 됐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궁’이 자신에게 큰 인기를 안기기도 했지만, 신인 시절 연기를 못해 호되게 혼난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얘기해 왔다.

주지훈은 “예전 같으면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깰까봐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중과의 소통과 호흡을 생각하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우리의 노력이 혹시라도 장난처럼 받아들여질지, 시청자들이 이해해줘서 추억과 재미를 드릴 수 있을 것인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내년 초엔 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의학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공개된다. 주지훈은 “계속해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항상 노력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운이 따르는 건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 연기를 비롯해 모든 면에서 작품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늘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