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권 신속히 행사해야

입력 2024-12-26 01:3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오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동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들에 대한 임명권을 신속히 행사해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전(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상황)이어서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인사청문회에 불참했다. 임명동의안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듯해 외견상 법률적 정치적 쟁점이 있는 문제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여당의 주장이 틀렸다.

국민의힘은 자의적인 헌법 해석을 토대로 이런 주장을 폈는데,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나란히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분명한 해석을 내렸다. 헌재가 지난 17일 국회 답변에서 이같이 밝힌 데 이어 대법원도 23일 “권한대행이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보냈다.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축소 해석한 여당 주장은 거부권의 적극 행사를 주문했던 다른 주장과 스스로 충돌할 만큼 논리적으로도 불완전했다.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유리한 결론을 유도하려는 계산에서 정략적인 주장을 꺼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특검법 논란과 달리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일 수 없다. 한 대행은 여야의 입장을 떠나 탄핵심판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법이 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 탄핵심판은 정치세력 간의 다툼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이다. 그 엄중한 절차는 이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을 따를 뿐, 주변 정치세력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모두가 납득할 만큼 공정하고, 만에 하나라도 오류가 없어야 하기에 탄핵심판 재판부는 법에 따라 가장 정상적인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 그 책임이 한 대행에게 주어졌다. 더욱이 경제와 외교·안보 모두 위기 상황이다. 조속히 정상 궤도를 찾기 위해선 탄핵심판이 신속해야 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임명권 논란에 지체하는 것은 위기를 방치하고 조장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지금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사안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이다. 수사기관 분산에 어지러운 내란 혐의 조사 과정을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도 진상 규명을 주문하는 국민적 요구가 크다. 야당이 통과시킨 두 특검법안은 이런 필요성을 상쇄해버리는 위헌 요소를 가졌다. 특히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하는 조항은 입법권이 행정권을 침해하는 헌법 위배 문제와 함께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독소조항을 걷어내는 여·야·정 협의가 필요하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문제에서 한 대행이 중심을 잡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풀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