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새들의 노래

입력 2024-12-27 00:31

찌르레기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모두에게 노래로 들려주고 싶다. 딱따구리, 부엉이, 물총새들을 찾아 나선다. 하나하나 만나면서 그들만의 지혜를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세상의 한 부분만 봐 왔음을. 참나무 안에 깃든 딱따구리는 “하늘과 땅 사이에 똑바로 선 나무들이 얼마나 맑은 숨을 내쉬는지” 노래를 부탁한다. 부엉이는 “모든 색이 함께 어우러진 밤”을, 물총새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물”의 참뜻을 알고 있다. 삶에 대해 노래해 달라는 엄마 오리는 말한다. “삶은 때때로 어려워 보이지만 실은 단순할 수도 있어. 당신이 꼭 해야 할 일은 살아있을 것. 그걸로 충분하니까.”

두꺼운 리놀륨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내는 리노컷 판화로 그려낸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깊은 울림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네덜란드에서 첫 출간과 함께 8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