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 거취? 시·도민 구단 ‘재정’에 달렸다

입력 2024-12-26 01:31
인천 유나이티드의 제13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윤정환(왼쪽) 감독이 23일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구단주 유정복 인천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올겨울 프로축구 K리그 이적 시장은 각 팀의 사령탑 거취 문제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감독과 프런트 사이의 지난한 협상 과정과 해묵은 갈등이 알려지며 이례적인 연쇄 이동까지 예측됐다. 이러한 흐름엔 시·도민 구단의 재정적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축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에 “감독 거취와 관련한 여러 갈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시·도민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 있다”며 “한 해 예산을 미리 정해두고 시·도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단으로선 예정에 없던 계약이나 연봉 인상을 하려면 추가경정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차기 행선지를 두고 입방아에 올랐던 K리그1 감독들 모두 원소속팀이 시·도민 구단이었다. 윤정환 감독은 도민구단 강원FC와 결별하고 2부 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로 향했다. 시민구단 수원FC와 극적으로 계약을 연장한 김은중 감독은 연봉 협상 도중 프런트와 갈등이 알려지며 얼굴을 붉혔다. 최근 시민구단 광주FC 잔류를 확정한 이정효 감독도 전북 현대 이적설의 중심에 섰다.

이들 모두 올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충분히 증명했다. 윤 감독은 올 시즌 강원의 준우승을 이끌며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 역시 여러 악재 속에도 부임 첫해 만에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 감독도 광주의 1부 승격을 이뤄낸 뒤 특유의 리더십과 전술로 주목받으며 국내 최고 감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시즌 후에는 구단과 감독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좋은 성적에는 좋은 대우로 보상받는 게 프로스포츠의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올해 K리그는 달랐다. 오히려 협상 과정에서 지도자와 프런트 사이에 곪아있던 갈등만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시·도민구단의 재정적 한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연봉 인상, 선수 영입 등에는 결국 추가적인 재정이 필요한 데 시·도민구단은 운신의 폭이 좁다. 선수단 연봉 규모에서부터 기업 구단과 시·도민구단의 차이는 현격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지난해 기준 K리그1 연봉 지출 자료에 따르면, 총 지출액 1위 전북(약 198억)은 12위 광주(약 59억)보다 약 3.3배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계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있는 기업 구단에선 조용히 해결했을 일이지만 시·도민 구단의 경우 이런 문제로 갈등이 생기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팬들이 구단 사정을 알게 될 정도로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짚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