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이 윤석열을 낳고, 윤석열이 이재명을 강력한 대선 후보로 올리는 이 비정상적인 고리를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상대 진영을 인정하지 않는 보복 정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승자에게 권력의 ‘절대 반지’를 끼워주는 현재의 정치 구조와 시스템을 깨야 한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를 초래한 구조적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이에 따른 정치 양극화를 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지금의 난맥상을 해소하려면 ‘개헌’과 ‘선거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개헌과 선거제 개편 없이는 앞으로 나올 모든 대통령이 탄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탄핵 정국에서도 여야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진다.
“정치 양극화가 고착화된 탓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가 오히려 국민 통합의 최적기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부터 시작해 국민을 반으로 갈랐고, 그때를 기점으로 양쪽 진영 간 서로를 적대시하는 모습이 심화됐다. 이런 극단 정치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양극화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은 선거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에 극도로 유리한 제도다. 사실상 양당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뽑는 것 아닌가. 사표가 거의 60~70% 되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투표 비율과 국회의원 구성 비율의 간극이 크다.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 안 된 국회가 신뢰받을 수 있겠나.”
-선거제 개편의 방향은.
“사표를 줄여야 한다. 일단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자기가 지지하는 당이면 아무리 작은 당을 찍어도 그 표가 계산돼 의원이 배출된다. 다당제가 될 수밖에 없고, 제1당이 과반을 못 얻으니 연정을 할 수밖에 없다. 타협, 양보, 합의가 필요하고 이는 중도적인 정치로 이어진다.
그게 아니라면 중대선거구제를 고려할 수 있다.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다가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시 2명을 뽑았기 때문이다. 한 지역구에서 2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지금의 거대 양당 구조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 최소 3~4명을 뽑아 제3의 정당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개헌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동시에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통령은 ‘5대 권력’을 모두 쥐고 있어 미국 대통령보다도 막강하다. 행정권력만 가진 미국 대통령도 상하원의 엄청난 견제를 받는데, 한국 대통령은 행정권에다 인사권, 예산권, 정부입법권을 갖고 있고, 감사원까지 행정부 소속으로 두고 있다. 개헌 방향의 핵심은 이런 대통령의 권력 축소가 돼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의 방향으로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대선은 ‘5년짜리 왕’을 뽑는 절차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행정권과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정부입법권 가운데 2~3가지는 대통령 손에서 내려놓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많은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 5대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절대 반지처럼 이걸 끼면 (권력에 취해) 완전히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과도 다른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깨려면 결국 개헌밖에 없다.
-기존에 논의돼 온 대통령제 개편 방안이 있는데.
“하나씩 보자. 우선 의원내각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대통령보다 국회의원을 더 신뢰하지 않는다. 또 지금의 선거제 개편 없이는 거대 양당 중 다수당의 권력을 잡은 사람이 총리가 되는 것인데, 이것은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지금보다 더 최악이다. 이원집정부제도 안 된다. 현재로 치면 윤석열 대통령에 이재명 국무총리 구조인데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겠나.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제일 잘못 생각하는 게 대통령 4년 중임제다. 지금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둔 채 4년 중임제로 가면 ‘5년짜리 왕’의 임기를 8년으로 연장시켜 주는 일이 된다. 자기가 가진 모든 권력과 수단을 총동원해 재선을 하려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권력축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까지 대통령부터 당대표까지 ‘0선’ 실험을 계속했는데, 이제는 당의 경험 있는 중진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가급적 수도권이나 충청권 의원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남당’ ‘극우당’ ‘친윤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친윤 색채가 약한 분이었으면 했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했으니 권 의원을 아예 친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간 무리하게 친윤적 행태를 보이진 않았다. 이제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수사는 수사기관에 맡기고, 나머지 중요한 민생을 챙기는 일을 여당이 정부와 함께 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 탄핵안 1·2차 표결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졌는데.
“국회의원은 다수 국민의 뜻과 당론이 배치될 때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소신대로 자기가 생각하는 다수 국민의 뜻을 따르라고 명시돼 있다. 저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 건은 대통령이 국회 (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방해하려고 군대를 보낸 일이다.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다. 국민 신뢰도 잃고, 국제사회 신뢰도 잃었기 때문에 더는 대통령으로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진사퇴 후 연착륙이 더 좋은 방안이었지만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명확히 했기 때문에 탄핵밖에는 답이 없었다.”
-만약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나.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다. 아직 헌재 결정도 안 났다. 이미 헌재에서 탄핵 결정이 난 것처럼 막 출마 선언하고 그러는 분들은 굉장히 이상한 것 같다. 제가 대선을 경험해 보니 정말로 자기가 잘할 수 있고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일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과 들어맞을 때 결국 그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더라.”
정현수 구자창 기자 jukebox@kmib.co.kr